처우 협의 (1)

풀스택(Full Stack), 풀패키지(Full Package)

by 혜진

구직자와 기업이 면접이나 과제를 거치며 상호 호감과 합의에 이르면 채용의 마지막 단계인 처우 협의로 넘어간다. 스타트업은 기왕이면 일인 다역이 가능한 풀스택 경력자를 찾는다. '풀스택'은 원래 프론트엔드, 백엔드 둘 다를 다루는 개발자를 지칭하는 말이었지만, 지금은 'A부터 Z까지 전부 다룬다'는 의미로 마케팅, 디자인, 경영지원 등 모든 직무에 이 단어가 응용된다. 예를 들어, 채용공고의 풀스택 파이낸스 매니저는 단순한 회계 담당자가 아니라 자금, 세무, 내부통제, 경영관리, 투자자 커뮤니케이션을 아우르는 자를 뜻한다.

스타트업에서 선호하는 역량이 풀스택이라면 스타트업에서 제공하는 처우는 풀패키지 개념이다. 협의 영역이 단순히 연봉이나 직급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성과급, 스톡옵션, 근무조건, 복리후생, 퇴직금, 교육과 같은 성장 기회, 고사양 모니터와 인체공학 의자까지도 쫀쫀하게 협의 대상에 올리고 패키지의 구성과 비율을 나에게 맞춰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다.


(1) 근로계약서와 연봉계약서


도장 찍고 복사하고 코팅까지

처우 협의 대상에 앞서 계약에 대해 얘기하려 한다. 근로계약서 작성은 법적 의무사항이다. 고용관계 전반을 규정하는 문서로 임금, 퇴직금, 수습기간, 직무범위, 근무 장소, 근로 시간, 휴가의 내용이 포함된다. 연봉계약서는 선택적 문서다. 근로계약서에 연봉을 포함해 작성하는 경우 연봉계약서를 별도로 쓰지 않기도 한다. 스타트업에서는 스톡옵션이나 성과급 등 변동 요소가 많아 연봉계약서와 부속합의서를 활용하는 비율이 대기업보다 높은 편이다.

어떤 계약이든 그래야 하지만 꼼꼼히 읽어보고 날인하자. 대기업은 근로기준법 변경 때마다 인사팀과 법무팀이 기민하게 대응해 표준계약서를 갱신하지만 스타트업은 내부 제도와 절차가 미미할 수밖에 없다. 구두와 이메일로 처우협의를 하는 건 금물이다. 특히 연봉, 성과급, 스톡옵션, 연봉 재협의 기간 등 민감한 사항은 꼭 날인 문서로 남겨두자.


(2) 급여와 성과급


돈 값은 해야 한다

경력직 지원자라면 기업으로부터 합격 소식과 함께 몇 가지 서류를 요청받는다. 최종 연봉과 이를 증빙할 수 있는 원천징수영수증, 3개월 치 급여명세서와 같은 것들이다. 신입 때는 누구나 협의 기회 없이 처우를 통보받게 마련이다. 기업의 업종이나 규모에 따라 같은 신입사원이라도 연봉은 천차만별이다. 한동안은 첫 직장의 연봉이 노예 문서처럼 따라다니지만 시간이 흐르고 고과 평가에 따라 혹은 이직과 업종 전환으로 몇 차례 노예 문서를 업데이트하다 보면 연봉을 올릴 기회가 생긴다.

대부분의 기업은 경력자에게 최종 연봉에 알파를 더한 숫자를 제시한다. 그러나 대기업은 호봉과 직급에 따른 연봉 테이블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아 협상의 여지가 적다. 반면에 스타트업은 비교적 기준이 유연해 개인의 역량과 경력에 따라 협상 폭이 큰 편이다.

연봉 협상은 늘 어렵다. 우선 지원 기업의 연봉 체계를 최대한 알아낸다. 채용 플랫폼에 공개되어 있지 않더라도 잡플래닛, 블라인드와 같은 커뮤니티에 등록된 기업이라면 친절한 전직자를 통해 알아볼 기회가 있다. 동일 업계, 동일 연차의 평균 연봉 정보도 참고한다. 최근 굵직한 투자를 받았고 공격적으로 인재 채용 중이라면 유리한 상황이다. 자신감을 갖고 어디 한 번 질러 보자. 그런데 여기서 명심할 게 있다. 받는 돈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어떻게? 스타트업에서 직원에 대한 평가는 빠르고 냉혹하다. 근로계약서의 3개월 수습기간은 형식적인 조항이 아니다. 기댓값에 못 미친다면 퇴사 시점이 3년이 아니라 3개월 후가 될 수 있다. 현재 그럭저럭 만족할 만한 기업의 재직자라면 더욱 리스키 하다. 이직 한 번 잘못했다가 백수 신세가 되는 건 물론이고 커리어에 예기치 못한 흠집이 나고 만다.

자금이 넉넉지 않은 기업이라면 합리적인 희망 연봉을 제시해 보자. 연봉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다른 옵션에서 충족이 가능하다면 조정 여지가 있음을 넌지시 밝혀 둔다.


연봉계약서는 명확할수록 좋다. 계약 연봉의 구성을 살펴보자. 연봉을 12개월 분할해서 지급하는지, 연봉협상의 주기가 어떠한지, 설마 계약연봉에 퇴직금이 포함되어 있는 건 아닌지 (꼭) 확인한다. 만약 퇴직금이 포함되어 있다면 이를 뺀 금액이 내가 희망했던 연봉이다.


2024년도부터 신규지원이 중단되었지만 '청년내일 채움공제'라는 정부지원제도가 있다. 청년 직원, 기업, 정부가 일정액을 같이 적립하고 만 2년 또는 3년 근속 시 만기보상을 받아 목돈 마련이 가능한 지원제도인데 근속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 퇴사를 하면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이와 유사한 지원제도를 연봉의 개념에 합산해 처우 협의를 시도하는 기업이라면 협의할 필요 없이 다른 곳을 알아보는 게 좋다.


(3) 근무조건


일하다 보면 돈보다 더 중요해지는

주 5일, 일 8시간 근무가 일반적이나 주 4.5 혹은 4일제, 시차출퇴근, 재택근무 등 유연한 근무조건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전 직원 재택근무를 적극적으로 홍보해 대거 채용한 기업이 있었는데 스멀스멀 하이브리드로 바뀌더니 전면 출근으로 바꾼 경우가 있다 들었다. 지방으로 이사까지 한 직원들 몇은 결국 가족과 떨어져 지내거나 퇴사를 하게 됐다. 보통 이러한 유연한 근무조건은 계약 사항이라기보다 회사 방침이나 내부 인사 규정이다. 즉, 경영상 필요나 정책 변경에 따라 회사의 재량으로 언제든 바꿀 수 있는 영역이다. 만약 이 근무조건을 끝까지 사수하고 싶다면 계약서에 특약 조항으로 녹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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