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우 협의 (2)

엑시트를 꿈꾸며!

by 혜진

(4) 복리후생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는 신기루

엄밀히 말하면 복리후생은 처우 협의 대상이 아니지만 스타트업 처우 협의 시 연봉과 묶어 설명을 듣곤 한다.

B에 근무할 때 미팅 목적으로 증권사 C를 방문했다. 화기애애하지만 어딘가 딱딱한 미팅이 끝나자 상대 팀장은 임원이 우리를 궁금해한다며 인사를 요청했다. 그가 임원실에 들어간 사이 복도에서 잠시 대기하는데 함께 간 동료가 긴 복도와 드넓은 오피스를 둘러보며 말했다. "아, 대기업 냄새 오랜만이다. “ 말에 약간의 향수가 어려 있었다. 스무 명이 경계 없이 마구 뒤섞여 앉은 B 오피스와 달리 천장에 달린 팀명에 따라 파티션의 오와 열이 맞춰져 있는 깔끔한 정경. 오랜만인데도 익숙하고 안정감을 주는 그것은 바로 대기업의 냄새였다.


대기업 복리후생은 오피스 인테리어와 냄새처럼 안정적이고 견고하다. 예로 건강검진, 대출금리감면, 법인 콘도, 구내식당, 동호회 지원, 자사제품 할인, 사내교육 등이 있고 장기적인 인재 육성을 위한 MBA 지원과 주택자금 대출, 자녀 학자금 지원도 있다. 반면에 스타트업 복리후생은 점심식대, 스낵바, 무료 커피, 안마의자, 피트니스, 심리 상담,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휴가, 최신 노트북과 듀얼 모니터, 인체공학 의자와 같은 소소하지만 2~30대가 공감할 수 있는 단기적이고 실용적인 복지가 많다. 채용 플랫폼에서 스타트업이 내세우는 복지 목록을 읽다 보면 공유 오피스 라운지의 커피 향이 떠오른다. 헤드셋을 쓰고 노트북을 두들기며 몰입에 빠진 사람과 슬리퍼와 후드티 차림으로 삼삼오오 모여 스낵 타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는 이 활기찬 광경은 마치 신기루와 같다. 그러니 입사를 결정할 때 복리후생 따윈 비중에 두지 말자. 처우 협의 시 P&C(피플 앤 컬처) 팀에서 고안한 맞춤형 복지들을 소개받으며 잠시 설레는 맘이 들 수 있지만 이 복지들은 스타트업의 특성처럼 너무나 유연해서 하나둘씩 혹은 통째로 어느 날 뿅 사라질 수 있다.


(5) 스톡옵션


성공적인 엑시트를 꿈꾸며

스톡옵션 벼락부자. 스타트업 입사를 앞두고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하는 황홀한 타이틀이다. 자금력이 약한 스타트업은 스톡옵션의 가치를 포함해 구직자에게 연봉 협상을 해올 수 있다. 그러나 스톡옵션은 가능성 있는 보너스이지 절대 연봉의 대체재가 아니다. 연봉은 시장가 수준으로, 스톡옵션은 추가 보상에 대한 관점으로 협의하는 게 유리하다. 절대 기존 연봉에서 다운 계약하진 말란 얘기다. 만약 '잘되면 주식 줄게'와 같이 모호하게 구두로 얘기한다면 계약서나 합의서로 명문화해야 안전하다.


스톡옵션에 대한 협의 시 확인할 사항이 몇 가지 있다.

우선 부여시점, 부여수량, 행사가격과 같은 부여 조건이다. 부여시점이 입사 시점인지 혹은 수습 기간 종료 후부터인지 협의한다. 말하나 마나 입사 시점부터 카운트하는 게 좋다. 행사가격은 액면가보다는 직전 투자밸류로 부여하는 경우가 많다. 기존 투자자가 있다면 그들의 협의 후 부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아직 밸류에이션이 낮을 때 입사한 초기 멤버일수록 유리하다. 액면가가 500원인 시절 입사했는데 최근 밸류가 주당 10,000원이라면 현재 입사하는 직원보다 이미 20배의 가치 상승에 대한 부를 얻은 셈이다. 물론 회사가 상장 혹은 매각되어 행사를 해야 실질적으로 내 돈이 되는 거고 기분만 째졌다 끝나버리는 결말도 맞이할 수 있다.

협의한 부여 수량을 얼마의 기간에 걸쳐 부여하는지의 베스팅(vesting) 기간과 부여를 위한 최소 근속 기간을 뜻하는 클리프(cliff), 퇴사 시 행사 조건, 현재 밸류에이션과 최근 투자 현황, 엑시트 전략에 대한 비전까지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1,000주를 입사 1년 후부터 4년 간 동일하게 매년 25%인 250주씩 받기로 하면 베스팅 기간은 4년, 클리프 기간은 1년이다.

희석 리스크에 대한 고려도 빼놓을 수 없다. 입사 시, 전체 주식 수가 10,000주이고 내 주식 수가 500주라면 5%의 지분율을 갖고 있지만 후속 투자 라운드가 진행될수록 주식 수가 늘어나 전체 100,000주가 된다면 내 지분율은 0.5%로 희석된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단순히 몇 주보다는 발행 주식 대비 몇 %로 협의하자.

사람 일은 어찌 될지 모르니 행사 전에 퇴사할 수도 있다. 퇴사 시에도 스톡옵션 반환보다는 일부라도 보장받는 조건이 좋다. 수년 전 퇴사해 어둠 속에서 잠자고 있던 스톡옵션이 빛을 보고 황금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


(6) 안전장치 챙기기


겸직의 자유를

대기업 근로계약서에는 대부분 얄짤없이 겸직 불가 항목이 있지만 스타트업에서는 직무에 따라서 외부 강의, 개인 프로젝트 등 프리랜서 업무가 가능하도록 일부 겸직을 허용하기도 한다. 겸직 금지 조항은 당연히 있는 것보다 없는 게 좋다.


퇴직연금 가입은 했나

2022년 이후 설립한 5인 이상 사업장은 퇴직연금(DC/DB형) 제도 가입의무가 있다. 기존에는 연금제도 가입 및 별도 적립 없이 지급하기만 하면 됐지만 이제는 법적 의무사항이 되었으므로 가입 여부를 확인해 본다. 만약, 아직 회사가 가입하지 않았다면 근로계약서에 별도 지급 보장 조항을 넣도록 하자.


스타트업은 실패 확률이 성공 확률보다 높다. 지겹도록 말하지만 앞서 얘기한 퇴직금, 스톡옵션 행사 조건, 연봉 인상 트리거의 명확한 문서화는 백 번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다.


(7) 협의의 태도


컬처핏에 어긋나지 않도록

협상 톤은 공격적이거나 대립적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한다. 작은 조직에서는 많은 이가 ‘결’이라고 부르는 핏(fit)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면 '컬처핏'이라는 이름의 면접전형이 생겨났겠는가.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이거 내놔라 저거 해줘라 하지 말고 회사의 재무 상황을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앞으로의 내 기여를 환산해 합리적인 수준의 보상을 제시하도록 하자. 단순한 직원이 아니라 기업, 너와 함께 성장하고 싶다는 파트너십을 강조하는 게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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