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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Jan 07. 2024

1학년이 이렇게 귀여울 줄 몰랐는데

보통 아이가 태어나서 5년 동안 평생 할 효도를 다 한다고들 한다. 그 시기가 그 정도로 사랑스럽다는 뜻이다.

물론 그때도 내 눈에 아이가 예뻤겠지만, 말과 글을 갓 읽히며 사회생활을 시작한 초1이 된 지금 특히 너무도 귀엽고 사랑스럽다.


특히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아직 어설픈, 정제되지 않은 표현들이 아까울 정도로 사랑스럽다.

여러 가지 일화가 있는데,


1. “엄마! 쿠션이 보글보글 해!”

올여름 오키나와에서 묵었던 호텔의 쿠션의 보풀을 한참 만지며 들여다보더니 한 말이다. 보푸라기가 아이 눈엔 ‘보글보글한’ 끓는 무엇으로 보였나 보다.


2. “강아지 유치원이면 선생님도 강아지야?”

아침에 손 잡고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는데, ‘어르신 유치원’이라서 쓰여있는 봉고차가 지나갔다.

한글을 한참 익힐 때라,

“어르신... 유치원? 엄마 그게 뭐야? “라고 묻길래, 몸이 약한 할머니랑 할아버지들을 돌봐주는 곳이라고 알려주면서,

어르신 유치원도 있고, 강아지들을 돌봐주는 ’강아지 유치원‘도 있다고 알려줬다.


그러더니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진짜 강아지 유치원이 있어...? 그럼 선생님도 강아지야?”

ㅋㅋㅋㅋㅋㅋㅋ


교단에서 강아지가 강아지들을 놓고 가르치는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날 것 같았지만,

질문하는 아이 얼굴이 너무 진지해서 웃으면 기분 나빠할 것 같아서 꾹 참았다.


이 외에도 모든 단어에 뜻이 있다고 믿는지, 세상 모든 게 무슨 뜻인지 묻고 혼자 깨우친 척(?)하는 버릇이 있는데

얼마 전엔 탕후루가 무슨 뜻이냐길래 바로 대답을 못했더니,

“아! 알겠다! 탕!! 하니까(=딱딱하니까) 탕후루구나~아하 그렇구나~”하고 뿌듯해했다.


제일 난감할 때가 “토마토는 무슨 뜻이야?”라고 영단어 뜻을 물을 때, 그냥 영어로 그렇다고 밖에 대답을 못해주는데

꽤나 실망하는 것 같아서 미안하다. 한자처럼 흙 토 이 정도는 설명해 줘야 신나는 표정을 짓는다.


이렇게 속세에 찌든 나는 생각도 못한 걸 조잘조잘 얘기해 줄 때면 너무 귀여워서,

“이렇게 재밌게 말할 거면 애기 때 왜 아무 말도 안 한 거야~ 그때 엄마 혼자 말하고 엄청 심심했는데~~”라고 괜히 하나마나 한 소리를 해본다.


“어떻게 말해 애기니까 그렇지!! 애기라서 응애응애만 한거야~”라고 나름 설명을 해주는데 정말 진지하다.


어설픈데 진지해서 더 귀엽고 사랑스러운 1학년.

1학년이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울 줄 몰랐다.


오늘도 건강히 하루 종일 조잘대주어서 감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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