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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Sep 19. 2023

엄마도 엄마가 있냐는 아들의 질문

야 나도 엄마 있거든!

올 3월 입학 이후,

아침 8시 반 아들과 손을 꼭 잡고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같이 등교를 하고 있다.


손에 콤플렉스가 많아 연애 시절에도 손 잡는 건 싫어했는데, 아들의 "손 잡고 싶어~"라는 말에 꼼짝 못 하고 손 잡고 둘이 걷는 매일 아침 20분 남짓이 행복하다.


하루 중 유일하게 둘 만 걷는 이 시간에 유독 이런저런 얘기를 곧 잘하는데,

오늘따라 언제 들려줬는지도 나조차 가물가물한 얘기를 해달라고 한다.


"엄마~ 엄마 어렸을 때 야구공에 맞아서 해피엔딩이었는지... 그 얘기해 줘!"


분명 피까지 났었다고 얘기했던 것 같은데;;

초등학교 1학년 때쯤이었나 학교 담장 옆을 지나가다가 중학생 오빠들이 놀다가 던진 야구공에 맞아 입에서 피가 났고, 

놀란 오빠들이 수습하려고 슈퍼에서 과자를 잔뜩 사주고 보냈는데, 해맑게 그걸 들고 가서 외할머니와 엄마한테 더 혼났다는 얘기. 해피엔딩은 딱히 아니었다.


"엄마도 (엄마의) 엄마한테 엄청 혼났지. 피 흘리고 들어왔다고."


그러자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짓는다.

"엄마의 엄마?"

"응. 엄마도 엄마가 있잖아. 엄마의 엄마가 누구야? 방배동 할머니지~"


"???" 영문을 모르겠다는 아이의 표정.

나에게도 엄마가 있다는 게 상상조차 안된다는 표정이다.



아이에게 나는 그저 '엄마'인가 보다.

그러고 보니 지난 주말 아빠 산소에 다녀왔는데, 

"엄마의 아빠가 있는 곳"이라고 설명해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때도 엄마에게 감히 아빠가 있을 거라곤 상상을 못 했던 걸까.

하긴 아빠는 아이가 돌이 지난 지 얼마 안 되어 돌아가셨으니, 아기띠에 업혀서 병실에 누워 있는 모습을 본 게 전부일 거다. 그 조차 기억이 안 나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아이의 기억 속에는 나의 아빠, 외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없다. 


기억이 없을 뿐, 이준아 엄마도 엄마도 있고 아빠도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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