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본사 건너편 아파트가 새로운 시작점
도착 - 입국심사
곧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다는 메시지에 이어 ‘착륙' 사인이 떴다. 마침내 '도착'이다. 긴장 반 떨림 반 아이 손을 꼭 잡고 샌프란시스코 공항(SFO)으로 쓸려 나온다.
7월 캘리포니아의 쨍한 햇살과 만나기까지는 길고 긴 입국심사 줄을 통과해야 한다.
게다가 설마설마했던 수하물 보안검색을 무려 두 번이나 거치게 됐다. 30KG이 넘는 이민가방 4개와 아이를 데리고 혼자 나오는 모습이 당연히 의심 대상으로 낙점된 듯하다. 거만한 눈빛의 100KG은 넘어 보이는 육중한 백인 남성이 손도 까딱하지 않은 채 짐들을 일일이 보안 검색대에 올리라고 지시한다.
제기랄... 아이 앞에서 최대한 당당하려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으나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 나왔다.
첫 관문을 어렵사리 통과하고 출국장 밖으로 나오니 남편이 반갑게 우릴 맞이한다. 한 달만의 재회한 남편의 얼굴이 보름달 마냥 환하게 보였다.
"미국 과자야. 먹어볼래?" 남편이 건넨 첫 미국 스낵, '치토스'.
한국 꺼에 비해 왜 이리 짜고 자극적이더냐... 벌써 우리나라가 그리워 지려 하는군.
회색빛 칙칙한 벽으로 둘러싸인 SFO에서 한참을 달려 마침내 우리의 새로운 터전에 도착했다. 남편은 한 달 전 도착해 미리 아파트를 리스하고 중고차를 한대 뽑아두었다.
첫 번째 아파트
우리 아파트는 애플 본사가 위치한 쿠퍼티노의 중심에 위치해 있었다.
방 2개, 화장실 2개, 거실, 세탁실, 옷장, 베란다로 구성된 3층짜리 커뮤니티로 우리나라의 30평대 아파트 크기다. 주변이 조용하고 수영장과 체육관 시설이 잘되어 있으며, 아파트 내 비즈니스 센터가 위치해 재택근무 환경이 잘 조성되어 있다.
아파트 오피스를 통과해 보안 장치가 있는 정문을 통과하자마자 관리가 잘 된 대형 수영장과 스파가 우릴 반겨준다. 아이가 환호성을 지르며 당장 수영하고 싶다고 성화다.
미국에 오면 당연히 정원이 있는 단독주택에 사는 줄 알았는데 아파트를 얻었다는 남편 메시지에 적잖이 실망했었다. 하지만 호텔에 온 듯 잘 갖춰진 편의시설을 보니 입국과정의 피로가 모두 풀리는 듯했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흥분도 잠시, 식탁도 식기도 없는 텅 빈 아파트에 이민가방과 캐리어만 덩그러니 놓인 모습을 보니 갑작스러운 외로움이 엄습해 온다. 마치 우리 가족만 타임머신을 타고 낯선 곳에 낙오된 느낌이랄까?
큰 이삿짐은 해외 이사로 보내뒀으니 앞으로 몇 주간은 이민가방에 챙겨 온 기초 생활용품으로 살아가야 한다.
짐을 풀자마자 처음 방문한 곳은 핸드폰 매장이다. 이곳도 핸드폰 번호가 없으면 아무런 활동도 하기 힘들다.
갖고 싶었던 모토로라 레이저 핸드폰 핑크색으로 낙점!(2007년 당시 신제품) 새로운 핸드폰 번호를 시작으로 미국 생활 첫 발을 내딛는다.
실리콘밸리에 대해
샌프란시스코 남단에 위치한 산호세에는 다양한 카운티가 존재한다. 그중 우리 집이 위치한 산타클라라 카운티는 다시 작은 몇 개의 소도시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나라의 강남구(산타클라라 카운티) 대치동(쿠퍼티노)과 같은 식이다.
쿠퍼티노시는 잘 알려진 "애플"의 본 고장이며, 학구열이 높고 공립학교 시스템이 미국에서 가장 좋은 곳 중 하나다.
실리콘밸리는 금문교와 베이브리지가 있는 샌프란시스코로부터 남쪽에 위치한 산호세까지를 두루두루 일컬어 부르는 말로, 일명 베이에리어(Bay area)라 부르기도 한다.
이곳은 세계적인 첨단산업, 특히 IT와 반도체-반도체의 주원료인 규소(Silicon)- 덕분에 실리콘밸리가 되었다고 한다. 즉 기술 기반 크고 작은 기업들과 연구소들의 요람이었던 것.
1939년 휴렛과 패커드가 자신의 집 창고에 HP를 창업한 이후 수많은 기업들이 이곳에서 명멸해 갔으며, 현재도 이 ritual은 진행 중이다.
특히 스탠퍼드대학교가 위치한 산타클라라 카운티 내에는 쿠퍼티노(Cupertino) 시의 애플, 마운틴뷰(Mountain View) 시의 구글, 그리고 멘로파크(Menlo Park) 시의 메타 등 빅테크가 즐비하다. 우리나라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 등 유수 기업들도 이 주변에 위치하고 있다.
과거 IT 기자를 하며 취재했던 수많은 기업들의 이 지역 요소요소에 위치하고 있어 운전하고 길을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할 정도다.
아이와 함께 동네 놀이공원인 <그레잇아메리카, CA's Great America>를 찾았을 때 주차장 바로 앞에 위치한 건물이 '야후' 본사였다. 또 우리 아파트에서 횡단보도만 건너면 HP에서 오래전 분사한 '애질런트 테크놀로지' 본사가 위치하고 있고, 아파트에서 10분만 걸어가면 애플 캠퍼스 본사와 바로 마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