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열음 Mar 03. 2024

Prologue.  외동딸과 함께 실리콘밸리로

딱 1년만, 아니 15년간의 미국 교육 솔직 체험담

이 이야기는 외동딸의 워킹맘으로 10년을 보낸 후,
아이와 부모의 상생을 위해 과감히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후 15년간 좌충우돌하며 지내 온 아이의 성장기록이자 엄마의 경험담이다.
아이 출산 후 친정 부모님의 도움으로 비교적 수월하게 육아를 해결했고, 덕분에 아이의 교육보다는 엄마의 커리어가 중요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내 아이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되겠다는 경각심을 갖게 된다.
2007년 여름, 미국, 그중에서 치안이 좋고 공립학교 수준이 가장 좋은 곳,캘리포니아 산호세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네? 아이가 다쳤다고요?"


오전 내내 회의가 지지부진하게 길어져 '오늘도 어김없이 야근각'이겠구나 하며 노트북을 챙겨 자리로 오는데 'oo초등학교'라는 발신자로 갑작스러운 전화가 울린다. 아이가 반 아이들과 놀다 넘어져 얼굴을 다쳤다는 것이다.


정신없이 짐을 챙겨 차에 시동을 걸고 아이 학교를 향해 달린다. 분당까지 30분 남짓 거리가 3시간은 되는 듯했다.


아이의 얼굴에는 왼쪽 뺨을 다 덮을만한 커다란 거즈가 놓여있고 그 위로 길쭉한 반창고가 이리저리 붙여 있다. 올해로 첫 임용된 담임 여교사는 오늘 처음 만나는 아이 엄마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어쩔 줄 몰라하는 기색이다. 당황함을 감춘 채 선생의 위엄을 유지하려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님 내가 뭐라고 따지면 바로 반격에 나서야겠다는 비장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다 같이 놀다가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 발에 걸려 넘어졌다고 했다. 운동장 바닥에 굵은 모래 위로 넘어져 얼굴에 제법 깊은 상처가 났다는 설명.


바깥 놀이를 안 좋아하는 우리 아이가 쉬는 시간에 적극적으로 아이들과 뛰어놀았을 것 같지는 않고, 몇몇 아이들이 고의로 아이에게 장난을 친 건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들었다. 엄마가 바쁘다는 이유로  반모임 대표 엄마들 중심으로 꾸린 각종 특별활동 그룹에 우리 아이는 빠져있었고, 3학년 신학기가 되도록 아직 담임교사의 얼굴도 모르고 지낸 엄마의 불찰이 아닐까 하는 죄책감도 들었다.


"어머... 여자 아이의 얼굴에 흉터 남으면 어째요?" 주변에 모인 엄마들의 걱정을 뒤로한 채 서둘러 병원으로 달려갔다.


이제와 잘잘못을 따져서 무엇하랴...




"이대로는 안 되겠어. 내 일도 중요하지만 하나뿐인 우리 딸에게 더 집중하고 싶고 새로운 환경을 경험하게 해 주고 싶어."


딸아이가 3학년이 되도록 엄마로서 제대로 돌봐 준 기억이 없던 내게 이번 학교에서의 사고는 무언가 큰 결단을 내려야겠다는 경각심을 갖게 했다.  


그래, 우리 다 정리하고 1년만 미국 가서 살아보자. 아이도 제대로 보살피고, 우리 가족 모두 영어공부도 하고... 인생 후반전 준비를 위한 투자 기간으로 삼아보지 뭐.

해외살이라면 고개를 절레절레하던 남편도 금쪽같은 아이를 위해서라면 더 이상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때마침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 지역에 기회가 생긴 남편의 사업 덕에 우리 가족은 그로부터 3개월 후, 외동딸과 함께 미국 실리콘밸리를 향해 떠난다. 그동안 앞만 보며 달려온 나의 커리어를 뒤로 한 채...




1년간 머물다 오기로 하고 부담 없이 떠났던 이 여행은 한국으로 되돌아오기까지 무려 15년이 걸렸다. 아이가 초, 중, 고, 대학교 생활을 마치고 마침내 사회인으로 홀로 설 때까지...  


부모로서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최선은 아이가 제 트랙에서 올바로 달릴 수 있도록 뒤에서 든든히 지켜주는 것이란 신념에서였다.  


2023년 우리 부부는 아이만 실리콘밸리에 남겨둔 채, 대장정의 여행에 마침표를 찍고 마침내 대한민국으로 돌아왔다.


이제부터 엄마로서 겪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생활에 대해, 그리고 미국 대학입시 준비 및 각종 경험담에 대해 하나씩 연재해 보고자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