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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음 Jun 21. 2024

Ep.11 실리콘밸리에서 미국 주식을 공부하다

2020년 코로나 사태로 인한 주식시장 혼란, 새로운 기회 포착

"주식을 좀 빼야 하는 거 아닐까요?"


월요일 아침, 출근 후 급한 이메일들을 처리하고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려는데 기술지원부에 근무하는 폴이 갑자기 다가와 말을 건넨다. 그의 표정은 뭔가 다급해 보였고 동공이 흔들리며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네? 왜요?" 나는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물었다. 그는 나의 무지한 반응이 한심하다는 눈빛을 보이더니 "오늘 다시 서킷 브레이커 발동했어요"라고 한숨을 쉰다.


2020년 3월 12일 S&P 500 지수가 갑자기 7% 하락하며 9일에 이어 두 번째로 서킷 브레이커 1단계가 다시 발동했다. 하루 전인 11일 WHO가 Covid-19을 팬데믹으로 선언했고, 세계 경제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이 여파가 바로 다음날 주식 시장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이어 13일에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코로나에 대한 대응을 강화한다고 발표하자 주식시장은 더욱 출렁거렸다. 결국, 3월 16일과 18일에 또다시 S&P 500 지수의 1차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된다. 이 무렵 전 세계는 극심한 공포와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팽배해 있었다.



그때 나는 회사 퇴직 연금이 자동으로 주식에 투자되는 플랜을 갖고 있었고, 처음 가입한 두 종류의 펀드에 대해 매달 자동으로 일부 금액이 투자되고 있었다. 하지만 솔직히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선택한 펀드가 어떤 회사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정확한 수익률과 수수료가 얼마인지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냥 한국에서 국민연금 떼어가듯 알아서 얼마를 넣고 나머지를 월급으로 주나보다 하는 정도로 주식이나 연금제도에 대해 한심한 수준에 머물러 있었던 것 같다.

  

이날 서킷 브레이커의 충격은 '나도 은퇴연금 계좌의 포트폴리오를 다시 살펴봐야 하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됐다. 서킷 브레이커가 ‘주식 시장에서 주가가 갑작스레 급락할 때 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지거나 혼란을 막기 위해 일시적으로 거래를 중단하는 제도’라는 것도 이때 학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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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 전 사회의 봉쇄령이 내려졌고, 본격적인 재택근무가 시작되었다. (EP.10 실리콘밸리의 Covid-19 참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재택근무에 들어간 많은 실리콘밸리 직장인들은 출퇴근 시간이 사라지며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생기게 된다. 덕분에 많은 이들이 이 시간을 활용해 주식 투자에 입문하는 개미 투자자가 됐다.


미국 직장인 대부분은 월급 중 일부 금액을 떼어내 매달 퇴직 연금 계좌에 넣는다. 그리고 이 퇴직 연금을 주식 계좌와 연동해 원하는 주식이나 펀드 상품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미 미국 내 많은 사람들이 주식 투자에 대해 자의 반 타의 반 참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주식=투기'라는 잘못된 고정관념을 지니고 있던 나 역시 코로나를 계기로 새롭게 주식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된 경우다. 몇 차례 서킷 브레이커를 경험하며 주식에 눈을 떴고, Robinhood, Webull, Fidelity, Vanguard 등 여러 개인 주식 브로커리지를 오픈해 조금씩 주식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특히, 넷플릭스를 통해 우연히 접한 영화 <The Big Short>를 통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금융투자자 마이클 베리의 스토리를 접했고, 레오나르도 드카프리오 주연의 영화 <The Wolf of Wall Street>를 통해 미국에 사는 한 주식 투자를 해야만 재테크가 가능하겠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또, 팬데믹 당시 주목을 끌던 FAANG(Facebook, Amazon, Apple, Netflix, Google) 주식들 중 네 곳이 실리콘밸리에서 마주하는 기업들이어서 그곳 소식을 더 친근하게 접했고, 그 주식을 매수하고 주가 변동 상황을 지켜보는 일이 좀 더 흥미로웠다.




"게임스탑 주식 샀어요?"


2021년 1월, 재택근무에서 온오프 혼합 방식인 하이브리드 근무로 전환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아침부터 '게임스탑'에 대한 이야기가 한창이다. 엊그제까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게임스탑(GME) 주식에 모든 관심이 집중된 것이다.

게임스탑 주가가 일일 변동폭은 어마어마했다.

게임스탑은 우리 동네에도 쇼핑몰마다 점포가 있던 비디오게임 전문 상점이다. 게임 마니아라면 이곳에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 wii 등 각종 게임 콘솔 및 다양한 오프라인 게임팩을 구매하기 위해 들락거렸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 시작으로 인해 극심한 매출부진을 겪게 되었고 급기야 수많은 점포가 폐쇄되기에 이르렀다.


이런 게임스탑의 주식이 전례 없는 폭등을 기록한 것이다.  그해 초까지 50불을 밑돌던 주식 가격이 하루아침에 400불 이상으로 급등하게 된다. 이 주식이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된 데는 헤지펀드들의 공매도 때문이었다. 여기에 부채질을 한 것이 소셜미디어를 통한 개미 투자자들의 결집이 한몫을 했다.


게임스탑 숏 스퀴즈 사태는 소셜 미디어가 금융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고, 개미 투자자의 집단적 힘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또한, 브로커리지 플랫폼의 투명성과 공정성, 금융 시장의 잠재적 이해 상충 문제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키기도 했다.,


실제로 이 스윙 시장에 편승한 몇몇 투자자들은 도박 같은 모험을 거듭하며 큰돈을 손에 쥐기도 한다.


2021년 게임스탑의 주가 폭등을 보여주는 그래프




 Be fearful when others are greedy and greedy when others are fearful.
다른 사람들이 탐욕스러울 때 두려워하고, 다른 사람들이 두려워할 때 탐욕스러워져라  
- 워런 버핏(Warren Buffett)


코로나 팬데믹 기간은 암울한 고통만 있었던 시기는 아니었다. 누군가는 이때가 아니었으면 감히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시도를 해보았고,  또 누군가는 이 위기를 기회로 활용해 개인 및 기업을 성장시켰다.


경제흐름에 대해 별 개념 없이 저축이 무조건 최고인 줄 알던 나도 팬데믹 시기를 겪으며 주식 경제에 대해  눈을 뜨게 되었다. 주식 투자의 기본 원리를 알게 됐고 주식에 관한 기초용어를 익혔다. 이제 우량 티커가 어떤 건지 구분할 줄 알게 됐으며, 시장 흐름을 급하게 좇기보다 관망하는 여유도 생겨났다. 얼떨결에 주식 경제 입문 편을 마친 것 같다.


위기와 기회는 통한다는 말이 생각난다. 우리가 모두 함께 겪어낸 팬데믹 시기는 경제적 측면에서 분명 위기와 기회가 공존했던 시기였다.




"오늘 S&P 500 지수가 얼마나 되려나? NVDA는 계속 상승세일까?"


오늘도 이렇게 커피 한잔과 함께 하루를 연다.

코로나 팬데믹은 주식 시장에서도 위기와 기회가 함께 공존했던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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