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주의? 완벽주의 콤플렉스?
나는 철저한 준비형이다.
무슨 일이든 맡는 순간부터 내 머릿속은 온통 그 생각으로 가득 차 바쁘게 돌아간다. 마감일이 멀어도 큰 그림이 정해지지 않으면 밤잠을 설칠 때가 많다. 일이 끝난 후에도 최종 시안을 두세 번은 다시 확인해야 마음이 놓인다. 또한, 내 일을 누군가에게 부탁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혹시라도 신세를 졌다고 생각하면 그 이상으로 갚아야만 마음이 편하다. 집안 행사에서도 둘째인 내가 먼저 나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어, 때때로 "오지랖이 넓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문제는 상대방을 지나치게 배려한 나머지 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예전에 직장 동료에게 감사의 선물을 전하고 싶었지만, 상대의 취향을 너무 고민하다가 결국 전달할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완벽한 선물을 준비하려다 보니 정작 내 진심은 전하지 못한 것이다.
어떤 이는 나를 두고 "책임감이 강하다"라고 하고, 또 어떤 이는 "완벽주의 콤플렉스"라고 말한다. MBTI 테스트를 해보면 늘 전형적인 ENFJ로 나온다. 사실 MBTI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익숙하진 않지만(솔직히, 우리 때는 MBTI가 아니라 혈액형으로 성격을 파악하곤 했다), 사람을 좋아하고 팀과 친구, 동료들이 성장하는 것을 돕는 데 성취감을 느낀다는 점에서 꽤나 맞는 것 같다.
어느 날, 친한 선배가 내게 말했다. "너는 뭐든 너무 완벽하게 하려는 게 단점이야. 지나치게 잘하려다 보면 오히려 중요한 기회를 놓칠 수도 있어. 때로는 실수도 하고, 조금 부족하게 남겨두는 것도 필요해. 가끔은 남한테 신세도 질 줄 알아야 해." 선배의 촌철살인에 새삼 나를 돌아보게 됐다.
그때 문득, 어릴 때 읽었던 모리스 샌닥의 '잃어버린 조각을 찾아서(The Missing Piece)'가 떠올랐다. 한쪽 면이 비어 있는 동그라미가 자신에게 꼭 맞는 조각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는 단순한 이야기다. 동그라미는 여행하며 다양한 모양의 조각들을 만나고, 마침내 자신에게 딱 맞는 조각을 찾는다. 하지만 완벽해진 순간, 이전보다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결국 동그라미는 그 조각을 내려놓고 다시 불완전한 모습으로 돌아간다. 완벽해지려는 욕심을 내려놓았을 때 비로소 자유롭게 굴러갈 수 있었던 것이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독이 된다. 적당한 긴장감과 배려는 성실함으로 비칠 수 있지만, 지나치면 스스로를 피곤한 완벽주의자의 틀에 가둘 수도 있다. 이제는 모든 걸 잘하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하다. 부족한 면이 있더라도 삶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충분하지 않을까.
오늘도 나는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Take life easy. Just let it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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