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인류 멸망... <지구로부터의 카운트다운>_03
달수 씨는 아내 정수 씨에게 꽃다발을 내밀었다.
“여보, 사랑한대이-.”
정수 씨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남편 달수 씨를 노려봤다.
“니 미쳤나? 설마 바람 폈냐?”
“씨-, 내일 인류가 멸망한다잖아!”
주전자처럼 끓어오르기 시작한 분노를 억누르며 달수 씨가 대꾸했다.
“안 하던 짓 하지마라. 내일 오기 전에 죽는다.”
정수 씨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달수 씨는 자기 마음을 몰라주는 아내에게 화가 났고, 정수 씨는 평생 소중하게 대해준 적 없던 남편이 이제서야 알랑방귀를 뀌는 게 속상하고 불편했다.
드디어 부부는 마지막 부부싸움의 길로 들어섰다.
<지구로부터의 카운트다운> 슬프고 비장하고 아름다운 우리들의 86,400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