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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움을 가르쳐 주신 노 할머니

by 지니





우리에게 늘 지혜로움을 가르쳐 주신 분이 계신데 그분은 노 할머니셨다.


노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고모시다. 그래서 우리는 할아버지, 할머니, 노 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내가 보기에 노 할머니는 마음과 생각이 항상 여유로우셨다. 그 당시 배운 할머니셨다.

맏아들한테 시집온 엄마가 힘들 때마다 좋은 말들을 해 주시고 격려를 많이 해 주셨다

.


엄마한테 시어머니는 그런 존재이기가 어려웠지만 노 할머니는 가능했다.


늘 지혜롭게 조곤조곤 말씀을 잘해 주셨던 기억이 난다.


그런 엄마 또한 노 할머니로 인해 많은 힘을 얻으셨고 의지하며 살아 나오신 것 같다.


남동생은 우리 집 안의 하나밖에 없는 귀한 아들로 귀여움을 많이 받고 자랐는데 이때도 할머니는 항상 지혜로 가르치셨다.


아버지가 없으면 네가 아버지 대신이라고 항상 그렇게 힘과 책임감을 실어주셨다.


할머니는 자주 그렇게 말씀하셨는데 억지로가 아니라 얼굴 보면 자연스럽게 말씀해 주셨다.


그런 할머니의 가르침을 받고 자란 남동생은 뭐가 달라도 달랐다.


책임감이 강하고 성실하며 착한 심성을 지녔다.


사람들과도 잘 지내며 먼저 솔선수범하고 배려하는 청년으로 자라났다.


지금은 한 가정을 이루어 좋은 남편, 좋은 아빠로 역할을 잘해 나가고 있다.


할머니가 옛날부터 남동생을 믿어주고 항상 책임감을 실어주시는 말씀을 많이 해 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집안에 무슨 일이 있으면 할머니는 흥분하시는 일이 없으셨고 항상 지혜롭게 대처하셨다.


참 이성적인 분이셨다는 생각이 든다.


할머니는 자식이 없으셨는데(양딸이 있긴 하셨음) 그래서 그랬는지 엄마에게 더 잘해 주셨던 것 같다.


늘 힘이 되는 말을 해주시고 믿어주시고.


나도 해결할 일이 있거나 고민이 생겼을 때 할머니 방문을 자주 두드렸던 기억이 난다.


그럴 때마다 차분히 설명해 주시고 말씀해 주셨다.


할머니의 조언을 들으면서 그때의 나도 자연스럽게 성장을 했던 것 같다.


노 할머니 셨기 때문에 외출했다가 집에 오면 항상 할머니께 먼저 인사를 드렸다.


"할머니, 다녀왔습니다." 하고. 먹을 것을 사 오면 할머니한테 들려 "이거, 드셔보세요" 하고 항상 먼저 건네드렸었다.


할머니는 그때 당시 주말의 명화를 즐겨보셨는데 거의 놓치지 않고 매번 보셨던 걸로 기억한다.


할머니는 이해하기 힘든 내용의 영화가 더 흥미롭다고 하셨다.


생각할 여지를 주니까 더 좋다고 하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자기 일에 철두철미하셨고 늘 규칙적인 생활을 하셨다.


그래서 그런지 할머니는 돌아가시기 전까지 건강하게 사셨다.


할머니는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앉아서 티브이를 보셨다.


돌아가실 때가 되니 서서히 힘이 빠져서 병원에 보름 정도 계시다가 94에 하늘나라로 가셨다.


할머니, 할아버지도 계셨지만 노 할머니가 계셔서 우리들이 더 크고 깊은 가르침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늘 상 깔끔하게 차려입으시고 커트 머리에 모습이 단정하셨던 할머니.


입에 냄새난다고 마늘, 파 등은 입에도 안 대셨던 할머니(그랬기에 엄마가 항상 똑같은 반찬을 두 가지를 만드셨지만)가 유난히 생각나는 밤이다.


할머니의 가르침을 본받아 앞으로도 더 더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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