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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과 라면

잊을 수 없는 맛

by 지니


*금요일 하루가 지나고 또 이틀 연휴네요. 긴 긴 명절연휴 잘 보내셨지요? 모두의 원활한 일상 복귀를 응원합니다*





대가족 이야기를 한 것 풀어놓았더니 이제 바닥이 보이네요. 생각하고 생각해 봐도 굵직한 일들은 거의 끄집어낸 것 같습니다.

오늘은 가볍게 먹거리에 대한 얘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우리 형제는 5남매이다. 언니, 나, 여동생 둘, 막내가 남동생이다. 남동생은 따로 떨어져 방을 썼고 우리 넷은 방 두 개에 투명유리가 달린 여닫이 나무문을 사이에 두고 둘씩 함께 생활했다. 문만 열면 한 방에 네 명이 함께 지내게 되는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한 곳에 같이 지내면서 수많은 일들과 에피소드들이 있었다. 싸우기도 많이 싸웠다. 나는 한 살 밑에 동생이랑 참 많이 싸웠던 기억이 난다. 한 살 언니라고 만만하게 대해서 기어오르다가 그게 못 마땅해 싸움이 벌어지곤 했다. 큰 언니는 언니라고 그래도 동생들은 거리가 좀 있었던 것 같다.


주로 옷 때문에도 많이 싸웠다. 다들 몸집이 비슷하니 급할 때 보이는 옷을 주워 입고 나갔다가 발각되면 그 옷 주인인 당사자는 난리가 나는 것이다. 피 터지게는 아니지만 난투극 정도는 벌였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하면 별거 아니지만 나이 어린 사람들의 싸움도 지켜보면 대단한 것이었다. 여자들의 싸움이란. 푸하하하.


밤이 되면 야식을 즐겨 먹었는데 우리들에게 제일 만만한 게 치킨 아니면 라면이었다. 치킨 시켜 먹자 하면 삼삼오오 다들 한 자리에 모이게 되는 결속력이 생긴다. 십시일반 돈을 모아 사 먹기도 하고 누군가가 쏘기도 한다. 치킨이 오면 다 같이 맛나게 흡입을 한다. 혼자 먹을 때보다 같이 먹으면 그 맛이 더 배가 되었다. 물론 양에 비해 사람 수가 많으니 금방 바닥이 나버리기 일쑤지만 말이다.


잘 밤에 출출함을 이기지 못하고 자주 먹은 게 있는데 바로 라면이다. 이럴 땐 제일 만만한 게 라면이었다. 먹고 싶은 사람이 먼저 물어본다. “내 라면 먹을 건데, 같이 먹을 사람?”하면 다들 다이어트 등을 핑계로 안 먹는다고 한다. 라면을 끓여 방으로 가지고 오면 그런 게 어디 있나? 냄새에 유혹을 당해 안 먹는다 했음에도 불구하고 옆에서 “한 젓가락만! 한 젓가락만!” 하며 뺏어 먹기를 시작한다. 근데 그게 한 젓가락으로 끝나느냐 말이다. 두 젓가락, 세 젓가락 뺏어 먹다 보면 정작 끓여 온 당사자는 원하는 만큼, 배를 채울 만큼 먹지 못하는 것이다. 끓여 온 사람은 슬슬 짜증이 나기 마련이고 “네가 끓여 먹지? 안 먹는다 해 놓고 왜 먹는데?”로 시작해 온갖 짜증을 다 낸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그렇게 뺏어 먹는 라면이 진짜, 진짜 맛난다는 사실이다.


직장 생활을 하게 되면서 다들 먹고 싶은 품목들이 다양해졌지만 그때 그 시절에 함께 둘러앉아 먹었던 치킨과 뺏어먹는 라면은 정말 맛있었다는 후문이다. 세월이 지나도 다시 그 맛을 느껴볼 날이 올까 싶다.



행복한 5남매의 일상을 치킨과 라면으로 그려봤습니다. 그나저나 다음 이야기는 뭘로 할지 벌써 고민이 됩니다. 좀 있으면 대가족 이야기도 막을 내려야 할 것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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