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와 콜라병을 사랑한 그녀

내 친구 생쥐

by 지니


오늘도 글 한 자락 적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이 기분 꽤나 좋은 것이라 말해 뭐 해? 사실 고춧가루를 주문해야 한다. 어제부터 한다는 게 아직 이러고 있다. 뭣이 중한지 모르고 살아간다고 해야 하나. 여하튼 쓰고 보는 삶, 쓰고 읽는 삶 사실 시간이 꽤나 걸린다. 그래도 좋은 걸 어쩌랴. 잠시 고춧가루 주문 좀 하고.(어제 무김치 하려고 무를 절여 건져 놓은 상태)




오늘은 그냥 꺼내보는 이야기 3편을 만들었다. 연재북을 하면 일주일에 한 번 정기적으로 어떻게든 글을 써서 올려야 하는 압박감이 있지만 꾸준한 글쓰기엔 최적의 방법이 아니겠는가? 첫 글로 무얼 할까 하다 전부터 미뤄 두었던 내 친구로 정했다. 내 친구는 아직 미혼이다. 서울에서 언니랑 아래위로 같은 건물에서 살고 있다. 내 친구는 제일 친한 친구다. 친구는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내게는 그렇다. 우리는 친하면 이름 끝에 다 ‘자’ 자를 붙이는데 평소 때도 서로 ‘... 자’ 자를 붙여 부르고 있다. 내 친구와의 인연은 국민학교 때부터다. 같은 반이 되면서 집에 자주 놀러 왔던 친구이기도 하다. 중학생이 되면서 이사 간 집 바로 앞에 친구 집이 있었다. 친구방은 조금 특이했다. 우리 집에서 큰길을 건너서 보면 작은 창문이 하나 있는데 항상 아기자기한 커튼이 걸려 있었다. 빙 돌아 친구집을 가지 않아도 친구가 있을 땐 이 창문을 통해 접선이 가능했다.(이까지 쓰는데 옛 감정들이 올라와 울컥거림은 왜냐? 나이 먹었다는 증거?)


국민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같은 곳을 다녔고 그 이후로 친구는 일본에 잠시 가 있었다. 거기서 새로운 친구들도 사귀고 거기만의 문화에 젖어들어갔다. 그러면서 우리는 간간히 만날 수 있었다. 그 이후로 미국에도 5년 정도 살았다. 모든 일정을 끝내고 다시 돌아왔을 그 시점부터 우리는 다시 친하게 지냈다. 20대 후반 우리는 젊었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며 그렇게 보냈다. 20대 초중반 때 나름 내 방식대로 옷을 입고 다닐 시절이었다. 친구가 좀 아니라며 내 패션에 딴지를 걸었다. 친구는 옷을 입을 때 필요한 기본을 알려주었다. 안에 기본으로 입는 흰색 티셔츠를 시작으로 하나하나 알려주었다. 나는 옷을 그저 내 느낌대로 입어왔었다면 친구는 그쪽으로는 지식이 빠삭했다. 어릴 때부터도 메이커, 브랜드를 다 외우고 다닐 정도였으니까. 여하튼 내 친구에게 패션에 대해 새롭게 하나씩 배워나갔다. 나는 간절기가 되면 목에 두르는 머플러가 꼭 멋을 내기 위함인지 알아서 멋 내는 사람들만 하는 건 줄 알았다. 그래서 머플러는 잘 안 하고 다녔는데 어느 추운 가을날 친구가 머플러 선물을 해 주면서 예쁘게 매는 법과 추울 때 두르고 나오면 된다고 알려주었다. 20대 초반 때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는 법을 내 친구한테 배웠다. 그 당시 뉴요커였던 친구가 프랜차이즈 카페에 처음 데리고 갔는데 커피 주문을 멋들어지게 하는 거다. 신기했다. 그 당시 아메리카노는 뭐며, 라떼, 카푸치노가 뭔지 잘 몰랐다. 그러면서 하나씩 배워 나갔다.


집 바로 앞에 살다 보니 서로에 대해, 가족들에 대해서도 속속들이 알고 있었고 심지어는 언니, 동생들이랑도 많이 친했다. 하루에 몇 번씩 집을 서로 오가며 친하게 지냈다. 그 당시 친구집은 향기를 만들어 내는 기술을 가지신 친구 아버지가 집 옆에 공장을 함께 운영하고 계셨다. 친구집을 들어서면 항상 좋은 향기가 났다. 주방을 지나 친구방으로 들어서면 여기가 천국인가 싶을 정도로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 놓았다. 귀여운 아이들이 참 많았다. 유독 눈에 띄는 것은 콜라병과 미키 마우스였다. 내 친구는 콜라병 모으는 걸 좋아했고 미키 마우스가 본인의 트레이드마크가 될 정도로 좋아했다. 그래서 중학생 때부터 별명이 있었는데 생쥐였다. 친구에 대해 글을 쓴다고 하니 내 별명이 생쥐였잖아?라고 친구가 알려주었다. 아, 맞다. 생쥐였지? 근데 왜 생쥐지? 하고 생각했는데 미키 마우스를 좋아해서 별명 또한 그렇게 지어진 거였다. 누가 지어줬는지 참 기발하다.


30대 초반 열심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쉬고 있을 때 친구랑 나는 거의 매일같이 만났다. 우리의 아지트 장소는 해운대 바다가 보이는 스타벅스였다. 바다를 앞에다 두고 진한 커피 향내를 맡으며 이어지는 수다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끊이질 않았다. 친구가 사는 곳은 민락동인데 바로 옆이 광안리라 광안리도 자주 오갔다. 카페에 앉아 수다를 떨다가 저녁이 되면 민락동 뒷고기집을 종종 가기도 했었고 몇 군데 우리의 단골집이 있었다. 광안리를 갔던 어느 날 플립플롭이라는 옷과 신발 등을 파는 가게가 있었는데 거기서 60 ~ 80% 세일을 하는 거였다. 그때 아마도 가게를 정리하는 타임이었던 것 같다. 거기서 쪼리 몇 켤레랑 세무 부츠, 여름 티 셔츠 등 몇 개를 골랐다. 원래 가격대로 라면 비쌀 테지만 세일을 하니 이것저것 골라도 얼마 안 나왔던 기억이 난다. 물건을 볼 줄 아는 매의 눈을 가진 친구 덕분이었다. 그렇게 사 온 물건들은 거의 10년에서 15년 동안이나 잘 사용했다. 쪼리 두 켤레도 얼마 전까지 신었었는데 낡고 떨어져 더 이상 신지 못할 지경이 되어 버렸다. 세무 부츠는 아직 가지고 있다. 이런 소소한 추억과 기억들로 채워진 우리의 관계는 쭈욱 잘 이어지고 있다.


친구는 한국 일본을 오가는 가이드 일을 하고 있다. 서울 부산에 살고 각자 바쁘니 잘 만나지 못해 친구가 생각해 낸 방법이 부산에서 일본으로 출발할 때 나한테 연락을 해서 시간이 될 때마다 내가 공항으로 가는 거였다. 일본에서 돌아올 때마다 보는 걸로 해서 벌써 두 번이나 만났다. 일본에서 유명한 캐릭터 빵 세트나 과자, 사탕, 만능간장, 가수 성시경이 맛보고 맛있었다던 편의점 에그 샌드위치 등 갖가지들로 구성지게 사 가지고 온다. 나는 일본까지 안 가도 친구 덕분에 여러 가지를 맛볼 수 있었다. 친구가 사 오는 정성도 정성이지만 연락한다고 이리 나와주는 나도 신기하다고 했다. 어차피 어디 다니는 걸 좋아하니 공항까지 가는 건 오히려 신날 일이었다. 단지 시간이 좀 걸릴 뿐. 울산에 살 땐 리무진을 타고 공항까지 직통으로 갔다 오니 참 편했다. 그저께도 친구가 일본에서 돌아오는 날이라 일전에 시간이 괜찮냐고 물어봤었다. 시간이 안 될 것 같아 못 간다고 했지만 좀 아쉽긴 했다. 생일을 잊지 않고 축하해 주는 친구, 멀리서 달려와 경조사에 참석해 준 친구, 공항을 오가면 연락 주는 친구, 미키와 콜라병을 사랑한 친구, 브랜드를 줄줄 외우던 친구, 과자를 좋아하던 친구, 아기자기한 소품 먹거리들을 좋아하는 친구, 패션의 기본을 알려준 친구, 스카프 매는 법을 가르쳐 준 친구, 커피 주문하는 법을 처음으로 알려준 친구. 다음번엔 오로지 내 친구 생쥐만을 위한 시간을 만들어 서울로 가야겠단 다짐을 해본다. 물론 서로 스케줄 맞추기가 쉽지 않을 테지만. 어릴 때부터 옆에서 항상 함께 해 준 내 친구, 우리의 우정 앞으로도 영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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