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이 있다. 괜스레 꿀꿀한 날. 그런 날이 오늘이지 않을까.
며칠 전 봄맞이 책장정리로 나온 종이 쓰레기가 큰 박스 가득 나왔다. 이걸 들고 내려와 하나씩 버렸다. 꽤 무거워 두 번에 나누어 버렸다. 헌 옷도 몇 가지 가지고 나오고
일반 쓰레기도 한 묶음.
며칠 전에는 플라스틱류를 포함해 비닐 등 재활용을 가져다 버렸는데 쓰레기를 버릴 때마다 죄책감이 들었다.(모아서 버릴 경우엔 더) 어젠 한 봉지 가져와서 버렸는데 버리기가 훨씬 수월했다. 몸도 마음도. 재활용은 미루지 말고 매일 버려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무작정 나왔는데 딱히 생각나는 곳이 없었다. 처음 생각한 곳으로 가자하고 노포동 내 단골 어묵집으로 향했다. 어느 노부부 두 분이 어묵을 한참 드시고 계산을 하시려는 찰나였다. 두 분이 드셨을 거라곤 상상이 안 되는 빈 꼬치를 보고 절로 입이 벌어졌다. 어묵값이 26,000원이 넘게 나왔다. 나도 한 어묵 하는데 한 분이 몇 개를 드셨다는 거지? 정말 잘 드시네 했다.
허기가 졌던 모양이다. 어묵보다 물떡에 손이 먼저 갔다. 연달아 물떡 두 개를 먹고 나니 살 것 같았다. 곤약 두 개랑 어묵 두 개를 이어 먹고 떡 한 개로 마무리했다. 다 먹고 국물 한 잔을 마셔주었다. 배가 살짝 고팠나 보다. 속을 든든히 채워주니 이내 몸과 마음이 평온해져 왔다.
발걸음이 어디로 옮겨갈지 모르는 찰나 건널목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었다. 순간, 지난 노포 장날에 와서 맛봤던 편의점 커피가 생각났다. 저 집 커피 맛났었는데 하곤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받아 들고 자리에 앉아 한 입. 역시나 맛이 좋았다. 1500원짜리 커피에 끄레마가 가득, 적당히 쌉싸래하면서 고소한... 요때 딱 맞아떨어지는 맛이 아니겠는가. 한 잔 천천히 마셔주니 불렀던 속도 점점 제자리를 찾아가는 듯했다.
다음 발길은 어디로? 하다 걸려든 건널목 앞 노상 채소 파는 곳. 대파가 먼저 눈에 들어왔고 김치가 들어왔다. 그중 시선을 끈 건 총각무 김치였다. 김치가 종류대로 있었는데 침샘 자극하는 비주얼로 안 데려올 수가 없었다. 총각무 김치, 갓김치, 삭힌 고추김치를 고르고 대파와 쑥을 골랐다. 쑥이 언제 나왔는지 안 데리고 오면 섭섭할 것 같았다. 놀러 나왔는데 이리 또 장을 보네요 하니 주부는 어쩔 수 없죠 하신다. 10분 정도 기다려 버스를 타고 다시 집으로 왔다. 오는 길에 글을 작성한다. 장 봐서 들고 온 아이들을 잠시 두고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 반신욕을 한다. 노곤했던 하루의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다.
꿀꿀함으로 시작된 하루였지만 개운함으로 마무리가 된다. 사 가지고 온 김치들을 하나씩 맛보면서 남은 하루의 시간도 알차게 보내야지 한다. 왜 꿀꿀해졌는지는 모를 일이다. 그럴 때도 있지 하며 스스로를 위안해 본다. 작가님들도 그럴 때 있으시지요?
잘 받았습니다. 마몽 드 포레 작가님^^ 넘 예쁘네요. 예쁘게, 유용하게 잘 사용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냥반점님께도 감사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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