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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dust Jul 21. 2023

시어머니와 맞서 싸우고 난 그 후,

남편은 고부갈등을 이해하기로 했다







종교강요 이야기로 시어머니에게 전화가 왔고, 더 이상은 당신에게 화내고 싶지 않았다고

세례 받지 않는 것이 며느리로서 도리를 하지 않았다는 말에, 전 며느리는 세례 받았다는 말에 시어머니와 맞섰다고 남편에게 말했다



남편은 언젠가 일어날 일이었다고, 수고했다고, 미안하다고 했다.










그다음 날, 남편은 퇴근길에 시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고, 긴 긴 통화를 했다고 했다.



친정과 연을 왜 끊으라고 했냐고, 첫 아이 요로감염으로 입원했을 때 천기저귀 이야긴 왜 했느냐고, 전 사람과의 결혼사진은 왜 알아서 버리라고 했으며 친정 김장날엔 왜 가지 못하게 했냐고, 장모님께 왜 전사람 얘길 꺼냈냐고 그리고 아내에게 왜 자꾸 전 사람 얘길 꺼내냐고, 그간 일어났던 일들을 하나씩 차근히 물어보았다고 했다.



시어머니는 대부분 기억을 못 하셨고,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는데 그렇게 받아들인 며느리를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갔다고 했다.



어쩌면 다행이기도 했다. 그 하나하나가 모두 나에겐 이혼사유였기에 시어머니가 내 속을 뒤집어 놓을 때마다 남편에게 다 토해내듯 말했었고 남편은 굳이 내가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시어머니의 대답에 남편은 고부갈등에 대해 포기라는 감정을 배우게 되었다.



그리고 내게 이렇게 말했다.



"연세가 많으셔서 대부분 기억도 못하시고, 변하지 않으실 거야"라고 말이다.










남편은 최근까지만 해도 친구들을 만나면 이렇게 자랑했었다




"고부갈등? 우린 그런 거 없어. 아내가 착하잖아. 우린 매 주말마다 본가 가는 걸"



그리고 이런 얘길 들었다



"야, 너 진짜 장가 잘 갔다!"










남편은 고부갈등을 이해하는데, 받아들이는데 7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주변에 친구들에게 고부갈등 이야기를 들으면, 자주 안 만나서 그렇다고, 우린 자주 보니 그런 거 없다고 말했던 사람이었다. 자주 보다 보면 있던 오해도 사라진다고 믿었던 사람이었다.

나 또한 그랬다. 고부갈등을 겪어보지 않았더라면 남편 의견에 동의했을 것이다.

겪어봐야 보이는 게 있다. 그게 고부갈등이다.



아, 번외로 주변에 고부갈등이 없는 집도 있다.

그 집은 장서갈등이 있다.



그 둘 다 없는 집은 아마 전생에 나라를 여럿 구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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