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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dust Jul 21. 2023

나는 시댁과 절연했다







나는 남편에게 시댁과의 절연을 선언했다.


그리고 결혼하자마자 생겼던 두 개의 단체카톡방에서 조용히 나가기 버튼을 누르고 나왔다.

하나는 시부모님과 남편과 내가 있는 단체카톡방이었고, 다른 하나는 시누이와 아주버님과 그들의 아이들과 시부모님과 남편과 내가 있는 단체카톡방이었다.



그게 뭐라고 묘한 해방감을 느꼈다.

그 순간, 탐 크루즈와 이혼을 하고 나온 니콜 키드먼의 사진이 떠올랐다. 이제야 비로소 해방되는 기분에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남편이 지난 7년간 매 주말마다 시부모님을 만나왔던 이유는 그래야 효도가 완성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남편이 하는 효도엔 아내와 아이들이 함께여야 가능했다.



아이를 낳기 전엔, 이제 착한 아내 만나서 잘 산다고, 부모님 안심시키기 위해 보여드리고 싶었고 아이를 낳고서는 적적하실 시간을 채워드리고 싶었다.



그러나 그 선했던 의도와는 다르게 어머니는 아들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며느리에게 과도한 요구를 했고 아내는 견디지 못하겠다며 이혼을 요구했다.



그 긴 시간을 지나 고부갈등을 이해하게 되었고, 포기를 배웠다








남편을 이해하려 깊게 생각했다. 남편이 정작 원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남편은 시부모님 말을 잘 듣는 것을 효도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주말에 밥을 먹고 오는 것, 얼굴을 자주 비추는 것이 효도라 생각했다




그래서 매주 함께 효도를 실천해 주는 아내에게 고마웠다. 그리고 어머니도 얼굴을 자주 비추는 것 만으로 만족을 하셨으면 했다.










다음 달이면 시아버지의 생신이 있는 날이다.

경조사에도 참석 안 하냐고 조심스레 물어왔다. 네가 불편하면 안 가도 된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남편은 눈동자가 흔들리며, 불안한 기색을 숨길 수  없었다. 또 싸움으로 번질까 염려되었던 거다.




"어머님이 변하는 건 불가능하기에 만남이 괜찮아지려면 내가 무슨 말을 들어도 아무렇지도 않아야 해.

아직은 내가 그럴 자신이 없어. 그리고 종교강요는 어머님보단 아버님 뜻이잖아. 아무렇지도 않아 질 시간이 필요해"




나의 답변을 듣고 남편은 차린 밥을 끝까지 앉아 먹었다. 그날 밥그릇은 깨끗이 비워져 있었다.




그다음 날, 나는 남편에게 시아버지 생신선물을 준비했다고 연락했다.




"경조사에 필요한 건 내가 준비해 볼게. 나는 오빠의 부모님으로서는 존경하고 존중하지만, 노력해도 늘 내가 부적합하다 느껴짐에 번아웃이 온 것이라 이게 내가 당신 아내로서의 할 수 있는 유일한 일 같아.

나름 오래 생각해 보고 내린 방법이야"




남편은 받아들였다.

나의 의견을 받아들인 걸까, 본인이 편하게 사는 법을 받아들인 걸까, 아니면 고부갈등을 이해한 것일까

그 무엇이 되었건 우리에겐 평화가 찾아왔다.

그러고 나니 보이지 않던 것이 비로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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