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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dust Jul 24. 2023

이 모든 일들이 다 성격차이

성격차이는 간단한 것이 아니였다






나의 경우에는 다행히도 신혼부부대출은 받아본 적이 없지만, 신혼부부대출 자격요건에 결혼한지 7년이내의 부부라고 쓰여있는 것을 본 기억이 난다.

그래서 나는 지금까지의 일들을 신혼부부일 적에 겪은 일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나의 입장에선 내게 끊임없이 희생을 강요했던 남편이었는데, 남편 입장에선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는 것이다. 일부러 고통을 주려고 한 것이 아니였고 상처가 되었으리라곤 생각지도 않았던 것들에 구태여 내가 상처를 받은 것이다. 나와 남편의 단순한 성격차이라고 하기엔 격정적이였지만, 남편은 남자들 세계에서만 살아온 사람인지라 여자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였고, 나는 아이를 임신해서 결혼했기에 아이의 엄마가 된다는 두려움, 이 결혼생활을 반드시 잘 유지해야만 한다는 강박이 있었기에 더 견디지 못할만큼 힘들었던 것이다.




내가 이 글을 쓰기로 다짐한 이유는, 이 모든 일이 성격차이에서 생길 수 있는 일이란 것을 말하고 싶었다.

서로 사랑하는데도 불구하고 성격차이로 이 모든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라고, 그것도 21세기에 말이다.




서로 30년 넘게 다른 가정에서 자라온 남편과 내가 겪어온 이 일들은, 그저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나서 생긴 에피소드로 치기엔 아이 둘을 낳고서도 이혼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까지 갔었기에, 나에겐 두 행성의 충돌만큼이나 격정적이였고 큰 일이었다.




연예인들 이혼사유에 성격차이란것이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맞다. 나 마저도 어쩌면 소송이혼사유에 포함되는 것이 아닌 이상에야 남들 일이라 가볍게 치부했던 것이다.




성격차이, 이 모든 일들이 성격차이였다.

그 성격차이로 무시한 적이 없는데 상대방은 받았다고 하고, 그래서 오해를 풀고싶은데 상대방은 사과부터 하라고 소리치게 되는 것이고, 나는 살던대로 사는 것인데 상대는 네가 노는 동안 나는 쉬지를 못했다며 업신여겼다고 확신하게 되는 것이다. 남편 입장에서는 억울했고, 나의 입장에서는 희생이였다.




부부간의 성격차이, 겪어보지 않으면 '고작 성격차이로 이혼한다고?' 소리가 나오겠지만, 겪어본 나로서는 충분히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일이다.




이제는 안다. 성격차이, 그거 정말 별 거 아닌 거 아니라고.




우리 부모님 세대야 먹고사는게 문제인 세대를 지나오셨기 때문에, 바람을 피웠거나 재산을 모두 탕진 할 정도로 도박을 하거나, 알코올 문제가 있어서 가정폭력에 시달리거나 그런 일(소송이혼사유들)이 아닌 이상에야 살 수 있다고 하지만, 나의 세대는 한 번도 굶어본 적이 없으며 남녀평등이 기본이 된 세대를 살아왔기에 결혼했다고 해서 남편과 내가 평등하지 않으면, 업신여겼기에 나올 수 있는 행동이라 단정지어버리곤 무시받았다고 확신하게 되는 것이다.




남편과 나의 나이차이는 고작 8살이지만, 나에겐 유독 조선시대에서 나온 사람같은 남편의 마인드가 적어도 스무살은 족히 차이나는 것처럼 느껴지곤 했다. 아내는 무조건 남편에게 맞추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그 태도 말이다.




그러나 남편은 그것만 보고 자랐다. 그리고 시어머니는 본인의 삶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내게도 당연하게 요구하는 것이다.





이제는 남편을, 그리고 시어머니를 이해한다.

그러나 남편은 내가 사랑해서 선택한 사람이기에 사과를 받고싶고 이해를 하고싶은 마음이 남아있는 것이고 이해가 되면 용서를 할 수 있는데 반해, 시댁은 내가 선택한 적이 없기에 혹여나 사과를 받는다 가정해보아도 용서가 되지는 않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시댁을 절연했다.

앞으로 더 잘 살아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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