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식탁에서는 밥만 먹는 것이 아니다. 아이와 함께 숙제를 하거나 만들기를 하기도 한다. 그동안은 교육보다는 보육이 필요했지만 글을 읽고 쓸 줄 알게 되면서 아이에게도 교육이 필요한 순간이 왔다. 7살이 된 작년부터 엄마표 학습을 시작했다.
그나마 자신이 있는 수학을 직접 가르치기로 했다. 하지만 아직 수학이라고도 부르기 어려운 덧셈을 자꾸만 실수하는 아이가 답답했다. 하기 싫어하는 아이를 보며 한숨부터 나왔다. 내 자식에게 수학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하던데, 역시 그런가 보다. 나는 엄마표 학습은 완전히 실패했다.
어느 날 나를 따라 하는 아이가 보였다. 화를 내는 표정, 말투, 자주 쓰는 언어까지. 나는 매일 아이에게 엄마표 교육을 하고 있는 셈이었다.
엄마표 수학은 실패했지만 내가 사는 삶 그대로 ‘엄마표 삶’을 보여주기로 했다. 매일 성실하게 나를 돌보고, 건강을 생각해서 식탁을 꾸린다.
그중 하나는 건강한 식품을 고르는 방법이다. 나는 마트에서 물건을 살 때에는 뒷면을 꼭 보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가격을 보는 것이 아니다. <영양 성분 표시>를 확인하는 것이다. 같은 제품을 사더라도 나트륨, 당 함량이 적은 제품을 고른다. 글을 읽을 줄 알게 된 아이에게 먹을 것을 살 때에는 뒷면을 잘 봐야 한다고 알려줬다. 뒷면에 진짜 정보들이 있으니 여길 잘 봐야 하는 거라고. 각각이 의미하는 바도 알려주었는데, 그중 '당류'를 강조했다. 마트에서 아이가 주로 고르게 되는 건 아무래도 당류 많은 간식들이니까. 아이가 직접 선택한 식품에 얼마나 많은 당이 들어 있는지 알고 먹어야 한다고 일러주었다.
친정 아빠 집에 들른 어느 날이었다. 아이는 5살짜리 사촌 동생, 외할아버지와 함께 마트에 갔다. 마트에 다녀온 아이들의 손에는 젤리가 쥐여 있었다. 딸아이가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엄마, 나 당류 적은 젤리 골라왔어. 내가 산 젤리는 당 함량이 30인데 (단위 생략) 하린이가 산 건 50 이야. 내 젤리가 하린이 거보다 더 적어. "
나 없이 마트에 간 아이는 <영양 성분 표시> 보는 방법을 기억하고 있었다. 물론 가장 베스트는 젤리를 먹지 않는 것이겠다. 하지만 세상에 나쁜 음식은 없다. 그 양을 조절해서 먹으면 그만이다. 아이에게 젤리는 삶의 즐거움을 위해 가끔은 먹어도 되는 것, 친구들과 기분 좋게 나눠먹을 수 있는 간식이다.
그 뒤로 아이는 틈만 나면 <영양 성분 표시>를 읊어댄다. 얼마 전 월남쌈 페이퍼에 포화 지방이 들어 있다 는 사실도 아이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부모의 교육은 아이가 혼자 살아가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다. 내가 없을 미래에 아이 스스로 보다 건강한 음식을 챙겨 먹을 줄 알는 힘을 가지는 것, 그것이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아이에게 할 수 있는 ‘엄마표 교육’ 아닐까 ?
'엄마표'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매일 하는 것이다. 먹고사는 것만큼 '매일'하는 것은 없기 때문에 '엄마표'를 하기에 제격이다. 매일 먹고사는 모습을 모여 주는 것, 우리 집 식탁에서 이루어지는 내과 의사 엄마의 조기 교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