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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키드니 Jul 29. 2024

내과 교수님에게 배운 밥 먹는 기술

우연히 시작된 작은 습관 하나가 훗날 큰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나는 내과 전문의 10년차다. 전공의 시절 내과 교수님에게 배워 평생 써먹는 밥 먹는 기술하나가 있다. 숟가락 대신 젓가락만 사용해서 밥 먹는 거다. 이걸 알기 전후로 밥 먹는 습관은 나의 원가족들과 큰 차이를 보인다. 


어린 시절엔 젓가락보다는 숟가락을 주로 사용했다. 먹성 좋은 남동생과의 식사는 전쟁이었다. 식탁에서 더 많은 음식을 쟁취하려면 젓가락 기술보다는 숟가락이 유리했다. 숟가락으로 밥을 먹으면 빨리 많이 먹을 있었다. 무엇보다 숟가락으로 아귀아귀 먹는 느낌이 좋았다. 넣을 수 있는 밥과 반찬은 입안 가득 넣고, 국에 밥도 잘 말아 먹었다. 어른들은 이런 나를 보고 복스럽게 먹는다며 나를 치켜세우곤 했다.   


하지만 이제 나는 숟가락대신 젓가락만 사용해서 밥을 먹는다.  


밥 먹을때 숟가락 대신 젓가락을 사용하면 벌어지는 일 


1. 소식하는 습관  


밥을 빨리 먹으면 칼로리 섭취가 증가하고 비만 위험이 높아진다. 식사 속도와 칼로리 섭취량에 관한 연구 22개를 분석한 메타 분석에 따르면 빨리 먹을 수록 칼로리 섭취가 더 많았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배가 부르다는 신호를 느끼기 위해서는 20분 정도가 필요하다. 빨리 먹으면 포만감이 생기기도 전에 허기가 지속된다. 때문에 더 많이 먹게 된다. 먹는 속도와 체질량 지수, 비만과의 관계를 살펴본 연구 23개를 메타 분석한 연구에 의하면 먹는 속도가 빠르면 비만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밥 먹는 속도를 천천히 하는 것은 식사량을 줄이고 다이어트 하는 행동요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젓가락 식사로 식사 속도를 조절 할 수 있다. 숟가락에 담기는 밥의 양은 8~10 그램 정도지만, 젓가락에 담기는 밥의 양은 4 그램이다. 젓가락으로 밥을 먹으면 숟가락에 비해 절반에 불과하다. 한입 두입 먹게 되니 천천히 먹게 된다. 과식을 예방하여 체중 조절에 도움이 될 수 있다. 


2. 혈당 관리 습관 

2015년 싱가포르에서는 재미있는 연구를 진행했다. 11명의 신체 건강한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손가락, 숟가락, 젓가락을 사용하여 밥을 먹고 난 뒤 혈당 반응을 살펴본 것이다. 젓가락으로 흰쌀밥을 먹으면 식후 혈당 지수가 가장 낮았다. 젓가락 식사는 숟가락으로 먹는 것보다 혈당 반응이 13% 낮았다. (젓가락 사용 식후 혈당 반응 68 VS  숟가락 사용 식후 혈당 반응 81) 조금씩 천천히 먹게 되기 때문이다. 본 연구에 의하면 젓가락으로 밥을 먹게 되면 한 입에 들어가는 밥의 양이 가장 적었다. 입으로 들어가는 밥의 양이 젓가락은 4 그램, 숟가락은 8그램, 손가락은 9.5 그램이었다. 반면 밥 먹는데 걸린 시간은 젓가락 683초, 숟가락 418초, 손가락 459초였다. 젓가락으로 밥을 먹는 것이 다른 식사 방법보다 200초 이상 월등히 느렸다. 밥을 천천히 먹으면 위장으로 들어가는 음식물의 속도가 느려진다. 천천히 혈당이 올라가 혈당 관리하는데에도 도움이 된다. 


3. 콩팥 관리 습관 

젓가락 식사는 내가 전공한 신장내과 교수님이 특히 강조하셨다. 콩팥을 보호하는 식사법 중 하나가 젓가락 식사다. 콩팥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나트륨 섭취를 줄여야 한다. 나트륨은 혈압을 높이고 높은 혈압을 콩팥에 부담이 된다. 나트륨은 국이나 찌개 국물에 많다. 국물이 많은 음식을 젓가락으로 먹으면 건더기 위주로 식사를 하게 되어 나트륨 섭취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된다.  


젓가락 식사법을 알게 된 이후로 이제 숟가락의 용도는 명확해졌다. 남은 밥을 싹싹 긁어 먹거나 카레 라이스를 먹을때에만 사용한다. 숟가락 한가득 아귀 아귀 먹는 복스러운 식사 법보다 젓가락으로 깨작 깨작대 식사법이 건강에는 더 이로울수 있다. 오늘부터 젓가락 식사 어떨까 ? 


오늘 내용을 영상으로 확인해 보세요.

https://youtu.be/Tk0Ue2GvaVc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관심과 응원이 저를 계속 글 쓰게 합니다. 오늘도 건강한 하루 보내세요.


※ 작가 소개 : 닥터 키드니

내과 전문의 & 워킹맘이다. SNS에서 내과 의사의 건강한 잔소리 채널을 운영하며 건강에 대해 잔소리한다. 저서로는 에세이 <봉직 의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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