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의 중력을 거스르는 방법
우리가 먹는 음식은 가장 안전하고 강력한 형태의 약이 될 수도 있고
가장 느린 형태의 독이 될 수도 있다. - 앤 위그모어
우리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암 등의 만성 질환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이들 질환은 나이가 증가할수록 유병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그 누구도 만성 질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국내 자료에 의하면 60세 이상이 되면 10명 중 7명은 고혈압 약을 먹는다. 30세 이상 성인의 절반 이상이 당뇨(14.8%) 및 당뇨 전단계(41.1%)다. 암 역시 너무 흔한 질병이 되었다. 우리나라 성인이 기대 수명까지 생존했을 때 암에 걸릴 확률은 38%로 5명 중 2명은 암에 걸린다. 노화 과정 중 하나다.
지금 무엇을 먹고 있는지가 미래의 건강을 결정한다.
나이를 제외하고 만성 질환의 원인은 80% 이상 생활 습관이다. 움직이지 않는 생활 습관, 잘못된 식습관, 수면 부족, 스트레스 관리 습관등이 그것이다. 2017년 세계 질병 부담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유행 중인 비전염성 만성 질환의 주요 원인은 불량한 식습관이었다. 전 세계 사망자 5명 중 1명의 원인은 매일 먹는 음식 때문이었다.
만성 질환의 중력을 거스르는 십자화과 채소
나 역시 만성 질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방심하면 어느새 고개를 드는 하얀 새치처럼, 언젠가 내게도 만성 질환이 찾아올 것이다. 만성 질환의 중력을 거스르기 위해 내가 매일 먹으려는 채소가 있다. 십자화과 채소다. 십자화과는 꽃잎 4개가 사방 (열 십) 자로 피어나는 채소를 뜻한다. 이들은 야생 겨자에서 파생되었다. 브로콜리, 양배추, 루꼴라, 청경채, 콜리플라워, 무, 고추냉이, 케일, 콜라비, 순무, 고추냉이, 겨자가 대표적이다. 십자화과 채소는 항염, 항 산화, 항암 효과가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만성 질병 대부분이 만성 염증으로부터 기인한다. 때문에 이러한 십자화과 채소의 항염, 항산화, 항암 효과를 통해 만성 염증을 조절하고 궁극적으로 만성 질환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다.
쓴맛과 매운맛에 숨은 건강 효과
십자화과 채소가 만성 질환을 예방하는 이유는 글루코시놀레이트 덕분이다. 글루코시놀레이트는 십자화과 채소에서 거의 독점적으로 발견된다. 글루코시놀레이트 (및 이소티오시아네이트)에는 글루코라닌 (설포라판), 시니그린( 알릴 이소티오시아네이트), 글루코브라시신 등을 포함한다. 이들은 여러 기전을 통해 항염증, 항산화, 항암 효과를 나타낸다.
글루코시놀레이트는 양배추와 브로콜리의 쓴맛과 매운맛을 담당한다. 입에 쓴맛을 더 많이 날수록 우리 몸은 더 건강해진다. 연구에 의하면 순하고 달콤한 맛이 나는 뿌리채소와 쓴맛과 강한 맛의 케일과 양배추 모두 체질량 지수, 총 체지방량 및 당화 혈색소 수치를 감소시켰다. 이때 쓴맛 나는 야채가 효과가 건강 효과는 더 강했다. 공복 혈당은 (4배), 총콜레스테롤은 (2배), 체지방량은 (2배)가 감소하는 등 얻을 수 있는 건강 효과가 더 많았다.
십자화과 채소로부터 얻을 수 있는 건강 효과를 몇 가지만 소개한다.
혈압 조절 심장 건강
십자화과 채소는 혈압을 관리하고 심장 건강에 도움을 준다. 풍부한 칼륨 덕분에 혈압을 낮추고, 혈관 내피 세퍼의 기능을 향상한다. 풍부한 수용성 섬유질과 피토스테롤이라는 식물성 화학물질은 혈관 속에 지질히 쌓이는 것을 막아준다. 50세 이상 성인 130명을 대상으로 한 2건의 무작위 이중 맹검 병행 연구에서 12주간 섭취한 글루코라파닌이 풍부한 브로콜리(400g/주)를 먹었을 때, 표준 브로콜리 섭취에 비해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크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당 조절 당뇨 관리
십자화과 채소는 혈당 조절, 당뇨 관리에도 좋다. 인슐린 민감성을 개선하고 당지수를 조절한다. 여러 연구를 모아 분석한 메타 연구에 따르면 십자화과 야채 섭취량이 많을수록 제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이 13% 더 낮았다. 이미 당뇨가 있는 경우라면 합병증을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다. 혈당이 높은 쥐를 대상으로 설포라판을 투여했더니 고혈압 및 심장 기능 장애를 예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항암, 암예방
십자화과 채소가 가장 연구가 많이 된 분야는 암이다. 다양한 연구에서 십자화과 채소를 많이 먹을수록 암 위험과 진행이 감소할 것이라고 말한다. 십자화과 채소는 암세포의 분열과 신생 혈관 생성을 억제한다. 브로콜리 수프는 전립선 암의 발현, 진행과 관련된 유전자 표현을 억제한다. 유방암의 진행을 막아주고, 간암, 대장암의 세포 성장을 감소시킨다.
만성 질환을 예방하는 십자화과 채소 제대로 먹는 방법
1. 자르고 썰고 기다린다
글루코시놀레이트는 미로시나아제 효소 활성을 통해 이소티오시아네이트로 바뀐다. 이때 자르고 썰고 다지는 과정을 통해 미로시나아제 효소가 활성된다. 양배추나 브로콜리를 썰고 자르면서 기다린다. 미로시나아제가 활성화될 시간을 주는 거다.
2. 증기에 찐다
브로콜리를 데친다고 뜨거운 물에 풍덩풍덩 담그면 곤란하다. 십자화과 채소에 있는 글루코시놀레이트는 고온에 약해 파괴되기 쉽다. 국내 충남대 이기택 교수가 발표한 실험에 의하면 브로콜리를 끓는 물과 스팀 찜기에 조리하여 설포라판의 성분을 비교하였다. 끓는 물에 데친 브로콜리는 가열이 시작됨과 거의 동시에 설포라판이 급격히 감소하였다. 100 'C 끓는 물에서 1분 데쳤을 때 설포라판이 검출되지 않았다. 모두 사라졌다. 스팀을 이용하여 찜기에 찌면 설포라판 성분의 파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따라서 십자화과 채소는 찜기에 올려 증기로 쪄주는 것이 원래 가지고 있는 핵심 성분의 파괴를 막는 방법이다.
3. 짧은 시간 조리한다
십자화과 채소를 오래 조리하면 미로시나아제 효소 비활성화된다. 앞서 소개한 충남대 이기택 교수의 연구진에 따르면 스팀을 이용하여 찜기에 찌면 1분 경과했을 때에는 90% 이상 유지되었지만, 3분이 지나자 1.74 mg로 급격히 감소되어 10분의 1 밖에 남지 않았다. 10분 조리한 결과 설포라판은 검출되지 않았다. 증기로 찌되 3분 이내로 조리하는 것을 추천한다.
4. (올바른 방법으로) 전자레인지에 돌린다
전자레인지를 제대로 사용하면 브로콜리가 가진 항암 효과를 증가시킬 수 있다. 한 연구에 의하면 브로콜리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뒤 최소한의 물로 최소한의 시간(1~3분) 돌렸을 때 설포라판의 생산이 증가하였다. 온도가 높지 않고, 조리 시간이 짧아 브로콜리의 세포벽이 효율적으로 분해되었기 때문이다. 실험에 의하면 브로콜리를 전자레인지에 돌린다면, 최적의 온도는 약 60°C에서 마이크로파 강도(950W)였다.
5. 겨자씨와 함께 먹는다
십자화과 채소는 특히 겨자씨와 먹으면 좋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겨자씨 역시 십자화과 채소로 미로시나아제가 풍부하다. 따라서 함께 먹으면 서로가 가진 항암 효과가 극대화된다. 특히 겨자씨에 있는 미로시나아제는 열에 강하여 열 안정성이 높다. 일부 실험에 의하면 삶은 브로콜리의 항암 효과가 겨자씨에 의해 다시 활성화되었다는 보고도 있다.
노화의 중력을 거스르고 싶다면, 보톡스를 맞을게 아니라 십자화과 채소를 사랑해야 한다. 나쁜 음식은 나를 만성 질환으로 이끌지만, 건강한 음식은 만성 질환으로부터 나를 자유롭게 한다. 마트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양배추, 브로콜리 등 십자화과 채소에 한번 더 눈길을 주면 어떨까?
십자화과 채소 양배추는 이렇게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