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통 크기가 바꾸는 삶의 태도

몬테네그로 삶에서 배우는 환경 의식

by Lois Kim 정김경숙

#로이스_몬테네그로_평화봉사단_이야기

#AI는_일하고_인간은_산다


2월 5일 목요일


미국에 처음 갔을 때 가장 놀랐던 것 중 하나는 집집마다 놓인 쓰레기통 크기였다. 내가 살던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 있는 주택들은 저마다 성인 가슴 높이쯤 되는 큰 통이 세 개씩 있다. 하나는 재활용, 하나는 일반 쓰레기, 하나는 음식물용. 매주 쓰레기/재활용 수거 차량이 집집마다 돌며 큰 통의 내용물을 싣고 간다.


쓰레기통이 한없이 큰 미국에서 살다 보니 내가 버리는 쓰레기양이 점점 늘었다. 거의 고민 없이 내다 버린다. 작은 부엌에만 13리터짜리 쓰레기통을 두 개나 놓고 썼다. 쓰레기통이 크다는 사실을 전혀 못했다. 그런데 몬테네그로에 오니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쓰레기통이… 정말, 정말 작다.

방에는 아예 쓰레기통이 없는 집도 많고, 거실이나 부엌에 있는 쓰레기통도 “이게 맞아?” 싶을 정도로 작다. 우리집에는 통틀어서 부엌에 있는 쓰레기통이 전부다. 근데 사이즈는 서울에 있을 때 화장대 위에 올려두고 쓰던 작은 쓰레기통보다 아주 조금 크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는 분리수거를 하지 않아 모든 쓰레기를 한 쓰레기통에 버려야한다. 그러다 보니 그 작은 쓰레기통은 하루만 지나도 금방 찬다. 매일 마을 곳곳에 있는 큰 공동 쓰레기통에 버리면 쓰레기 업체가 정기적으로 수거해 간다. 그런데 우리 동네 있는 공동 쓰레기통 크기를 보며 웃음이 나왔다. 미국에서 일반 가정집이 갖고 있던 바로 그 사이즈. 한 집에서 쓰던 쓰레기통을 한 골목의 여러가구가 같이 쓰는 셈이다.


이 주 정도 지내보니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했다. 쓰레기통이 작아지니까 행동이 바뀐다는 점이다. 쓰레기를 덜 만들기위해 정말 갖은 애를 쓴다. 부엌에서 종이타월을 마구 뽑아 쓰지 않고, 책상 위 크리넥스 티슈도 생각하고 뽑아 쓰게 된다. 대신 헝겊 타월을 더 많이 쓰게 되었다. 또한 종이타월 뽑아 쓸 때도 한 장으로 여기저기 닦는다. 싱크대 한번 닦고 버리기 전에 바닥 구석에 먼지를 한번 더 닦는다. “아, 이거 버리면 또 쓰레기통 비워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쓰레기를 만들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또 방안에는 쓰레기통이 없어서 크리넥스도 거의 안 쓴다. 손수건이나 수건을 사용하게 되었다.


환경보호라는 게 거창한 캠페인부터 시작되는 줄 알았는데, 여기 와서 보니 쓰레기통 하나만 바뀌어도 습관이 달라진다. 어떤 홍보용 표어나 다큐멘터리보다, 쓰레기통 크기가 효과적인 듯하다. 무의식적으로 큰 쓰레기통은 “마음껏 버려도 된다”는 메시지를 주고, 작은 쓰레기통은 “조금만 버려보자”는 생각을 갖게 된다.


단순하지만, 결국, 환경 보호라는 건 생활 속 불편함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편해서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것. 그리고 그게 습관이 되는 것.


내일 아침에도 부엌에 있는 쓰레기통을 버리러 가야 한다.
그리고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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