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 나라에 온 듯한 몬테네그로

세면대 거울 앞에 서면 이마만 보인다 ㅠ.ㅠ.

by Lois Kim 정김경숙



#로이스_몬테네그로_평화봉사단_이야기

#AI는_일하고_인간은_산다


2월 6일 금요일


세면대 거울 앞에서면 이마만 보인다 ㅠ.ㅠ.


거인국에 가면 이런 느낌일까? 모든게 크고 높다.


몬테네그로에서 머무는 호스트맘집 화장실에 처음 들어갔을 때, 나는 거울을 보고 깜짝 놀랐다. 세면대 거울 앞에 서니 이마만 보인다. 까치발을 들어야 겨우 얼굴 전체가 거울에 들어온다. 까치발을 계속 들고 서있을 수가 없으니 여기서 화장은 절대 못한다.


몬테네그로의 60~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몬테네그로인과 세르비아인의 키는 유럽 민족 중에서도 유달리 큰 편에 속한다고 한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내가 살고 있는 집에서는 세면대도 높고, 수도꼭지도 높고, 방문 고리도 높고, 현관 자물쇠 위치도 높다. 또 천장도 높고 방문짝도 크다. 높은 천장 때문인지 한국에서라면 “이 방 좁다” 했을 크기의 방인데, 이상하게 답답하지 않다. 이렇게 집 구조도, 가구도, 욕실 설비도 다 그 큰 체격에 맞춰서 있다보니 작은 키인 나는 아직 많이 어색하다.


내 방문 손잡이는 내가 생각한 위치보다 한 뼘쯤 위에 있어, 밤에 화장실 가려고 더듬거리며 늘 허공을 잡는다. 늘 자동적으로 손이 올라가는 높이에 기대했던 문고리가 없다. 옷장에 옷을 걸 때도 까치발을 해야 한다. 매일매일 사소하게 “아, 여긴 내가 살던 나라가 아니구나”를 몸으로 느낀다. 아직까지는 집에 들어오면 마치 S 사이즈 사람이 XL사이즈 옷을 입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미국에 처음 갔을 때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유독 화장실 변기가 높았다. 깊이 앉으면 발이 땅에 닿지 않았다. 싱크대도 높아 같이 살았던 룸메이트는 싱크대 앞에 늘 받침대를 두고 살았다. 그 친구에게 그 집은, 나에게 몬테네그로집이 그런 것처럼, 조금 불친절한 공간이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한국에 예전 집들의 싱크대 높이는 낮았었다. 세대가 바뀌고 평균 키가 커지면서, 싱크대 높이도 점점 올라왔다. 찾아보니 20년전보다 싱크대 높이가 10센티 미터정도 높아졌다고 한다.


나라가 다르면 키도 다르고, 체격도 다르고, 그에 맞춰 집도 다르게 만들어진다. 생각해보면 당연한데, 막상 몸으로 겪으면 꽤 흥미롭다. 음식이나 역사를 통해서도 문화를 익혀가지만 이렇게 매일매일 불편함을 몸으로 체감시키는 세면대 높이와 거울 위치를 통해서도 현지를 알아가고 있다.


매일매일 이런 발견들이 재미있다.


사진

1) 까치발 들고 찍은 세면대 거울 사진

image.png

#로이스_몬테네그로_평화봉사단_이야기

#AI는_일하고_인간은_산다



keyword
이전 09화쓰레기통 크기가 바꾸는 삶의 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