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본드 호텔"에 간 날, 나는 돈 이야기를 배웠다
#로이스_몬테네그로_평화봉사단_이야기
#AI는_일하고_인간은_산다
2월 2일 월요일
호스트맘(내가 머물고 있는 숙소 주인을 부르는 말)과 함께 주말에 부드바(Budva)에 다녀왔다.
내가 평화봉사단 교육을 받고 있는 몬테네그로 페츄리체라는 작은 도시 근처에 있는, 나름 큰 도시다. 중세 시대 성벽이 그대로 남아 있어 많은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고, 여름이면 유럽 사람들이 휴양지로 몰려오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해변 옆에는 5성급 호텔도 몇 개 있다.
몬테네그로에 온 지 딱 일주일.
호스트맘은 “일주일 동안 열심히 공부했으니 선물을 해주고 싶다”며 그중 한 호텔의 수영장과 사우나 시설로 나를 데려갔다. 알고 보니 그 호텔은 2006년 개봉한 007 시리즈 <로얄 카지노 Royal Casino>를 찍은 곳으로 아주 유명한 곳.
평화봉사단으로와서 몬테네그로 산골짜기에서 고생만 하다 돌아갈 줄 알았는데, 갑자기 제임스 본드 호텔이라니. 동네 목욕탕만 다니던 내가, 그것도 한국에서도 가보지 못한 호텔 수영장이라니. 솔직히 말해 조금 죄스러울 정도로 호사스러웠다.
호스트맘은 부자가 아니다.
젊어서부터 손가락 마디마디가 휘어질 정도로 일을 했다. 아이 다섯을 키우며 늘 두 개 이상의 일을 했고(몬테네그로 문화에서 직장을 가졌어도 엄마가 집안을을 다한다), 왕복 세 시간 넘게 출퇴근하며 낮밤이 바뀌는 교대근무도 했다고 한다. 서 너잔의 커피 없이는 하루를 버티기 어려웠다고 했다. 지금은 오십대 중반. 신경계 통증으로 몸 여기저기가 늘 아프다. 아이들은 다 컸고, 손자들이 벌써 네 명이다. 지금도 올리브 수확철이 되면 손이 더 거칠어지는 걸 알면서도 밭에 나가고, 아픈 몸을 이끌고 어르신 돌보는 일을 하는 친구를 도와주러 간다.
그런 호스트맘이 5성급 호텔 수영장에 나를 데리고 오면서 이렇게 말했다.
“돈은 꼭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돼. 나는 네가 일주일 동안 열심히 공부한 게 너무 기특해서, 좋은 걸 해주고 싶었어. 나도 여기 자주 올 수 있는 건 아니야. 하지만 돈은 쓰라고 있는 거잖아. 이런 때 쓰는 거지. 또 가서 열심히 일하면 되니까.”
완벽하게 알아들은 건 아닐지도 모른다. 대충 이해한 바로는 그렇게 들렸다.
호스트맘, 정말 멋있다.
사치하지 않으면서도 돈을 쓸 줄 아는 사람.
소유가 아니라 경험에 돈을 쓰는 사람.
통장보다 마음이 더 부자인 사람.
생각해보면 나도 비슷하게 살아왔다.
50평생 명품백 하나 없이 살았고, 브랜드를 입어야 한다는 생각도 해본 적 없다. 여행을 가면 늘 2~3만 원짜리 게스트하우스나 민박집을 찾았고, 자가차 운전보다는 늘 대중교통을 탔다. 리조트보다 텐트 치고 자는 캠핑과 배낭여행이 더 좋았다. 앞으로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돈은 많이 쓰지 않아도, 잘 쓰면 인생은 충분히 풍요로워질 수 있다. 특히 남을 위해서 쓸 때.
우리 인생에서 목적성도 중요하고, 의미도 중요하다. 그런데 정신적인 풍요는 더더욱 중요하다. AI 시대 인간을 인간답게 한는 건, 결국 정신적인 풍요로움이 아닐까?
부드바에서 바라본 드넓은 아드리아해를 바라보며, 호스트맘의 넒은 마음이 겹쳐졌다.
#로이스_몬테네그로_평화봉사단_이야기
#AI는_일하고_인간은_산다
사진
1) 수베티 슈테판 비치 근처에 있는 카페에서 호스트맘과 함께
2) 부드바의 올드타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