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에
솜으로 수염을 만들고
주름을 억지로 그린
가짜 산타할아버지가
오신 날
고이 편지에 쓴
가장 갖고 싶었던 선물을
받던 날
진짜 산타클로스가 없다는
실망보다
엄마 지갑사정이
걱정됐다
지금 생각해 보면
소박하기 그지없는 선물
만능노트와 목도리
어릴 때 기억은
유독 흐릿하지만
빨간 목도리가
보풀이 다 이를 때까지
하고 다닌 기억
산타클로스가 아닌
엄마를 더 기다린
어린 날의 기억
아픈 날도 시린 날도
이제 눈물짓진 않고
추억이다
돌릴 수 없는
시간만큼
나이 들어 버린
어린 소녀
이제는
나이 들어갈
어린 소녀들을 위해
크리스마스에
축복을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