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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향연 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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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르망디 시골쥐 Dec 18. 2023

식물의 인간

할머니는 화분을 가꿨다

화분에 먹을 걸 심지도 않는데

정성스레

물 주고 닦아주고


내놓은 집을

어떤 사람이 보러 왔다

방이 작다 한다


식물이 있을 방이 필요하단다

100개 넘는 화분을 둘 자리가


식물을 화분에 넣고

가꾸는 마음은 어떠할까

생각한다


외로워서

혹은

쓸모 있어 보이고 싶어서


할머니는 나이 들수록

자신의 쓸모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화분을 정성스레 가꾸었다


혼자 사는 집 보러 온 사람은

외로운 눈을 들키지 않기 위해

식물로 외로움을 감싼다


시간의 공허함을 이겨내기 위해

식물에 정성을 쏟는다


식물을 옆에 둔다

그리고 가꾸며 공허함이 자라지 않도록

꾹꾹 누른다


인간이 식물을 키우는 게 아니라

식물이 인간을 돌본다


끈을 놓지 못하도록

인간을 정성껏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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