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길을 떠나는
어리석은 나그네가 있다
물을 마실 수 있는
깊은 우물가를 두고
편히 쉴 수 있는
이부자리를 두고
자신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두고
길을 떠난 나그네
나는 단지 더 좋은 걸 찾고 싶었소
길을 나선 나그네는
이리되네이며
걸어본다
저기가 참 좋아 보이는군
들어가 보니
마시고 싶은
물은
이미 바짝 말라
쓸모없는
우물이
한겨울에도
비바람이 대차게
들어오는
홑이불만이
덩그러니 있는
겉만 번지르르한
개살구 같은
집 한 채
떠나온 나그네는
쉴 수도
다시 돌아갈 수도 없다
떠나오면
더 좋을 줄 알았는데
결국
별게 없었어
텅 빈 방에서
눈을 감고
그때서야
편안해진
어리석은 나그네는
오늘도 뭔가 좋은 걸 찾아
길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