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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향연 2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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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르망디 시골쥐 Sep 06. 2024

여기 어리석은 나그네가 있다

여기

길을 떠나는

어리석은 나그네가 있다


물을 마실 수 있는

깊은 우물가를 두고


편히 쉴 수 있는

이부자리를 두고


자신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두고


길을 떠난 나그네


나는 단지 더 좋은 걸 찾고 싶었소


길을 나선 나그네는

이리되네이며

걸어본다


저기가 참 좋아 보이는군


들어가 보니


마시고 싶은

물은

이미 바짝 말라

쓸모없는

우물이


한겨울에도

비바람이 대차게

들어오는

홑이불만이

덩그러니 있는


겉만 번지르르한

개살구 같은

집 한 채


떠나온 나그네는

쉴 수도

다시 돌아갈 수도 없다


떠나오면

더 좋을 줄 알았는데


결국

별게 없었어


텅 빈 방에서

눈을 감고

그때서야

편안해진


어리석은 나그네는

오늘도 뭔가 좋은 걸 찾아

길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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