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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향연 2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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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르망디 시골쥐 Sep 04. 2024

여든이라도 넘으면 알줄 알았지

옛날에 몇 만평 논마지기가

있었으면

뭐하냐


자식 잘 될  줄 알고

남은 돈 싹싹 끌어다

다 그 놈 한테 줬지


남은 건

내 한 몸 누울

방 한칸


혹은

이마저도

몸이 성치 못하면

있을 수 없어


아흔을

바라보는

할머니는


눈을 연신 부릅뜬다


할머니

요즘에 뭐가 좋아


동생이 윗집에 사니까

가끔

시장다녀오며


골목 귀퉁이에서

붕어빵 사다가

앉아 먹는 거


먹으면서

옛날이야기 하는 거


할머니가

주름진 입가를

슬쩍

들어올리며

미소 짓는다


봐라

내 나이가 조금 있으면

아흔이다


돈도 다 필요없다

그냥 이렇게

이바구 하는게 젤로 좋아


할머니는 그렇게

손녀가 좋아하는

떡볶이를 사다 꼬셔놓고는

오늘도 이바구를 떠신다


사는게 뭔지 몰라

이렇게 살아도 아무것도 남은 게 없어


빨리 죽어야지


내일은

내 유서나 녹음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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