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몇 만평 논마지기가
있었으면
뭐하냐
자식 잘 될 줄 알고
남은 돈 싹싹 끌어다
다 그 놈 한테 줬지
남은 건
내 한 몸 누울
방 한칸
혹은
이마저도
몸이 성치 못하면
있을 수 없어
아흔을
바라보는
할머니는
눈을 연신 부릅뜬다
할머니
요즘에 뭐가 좋아
동생이 윗집에 사니까
가끔
시장다녀오며
골목 귀퉁이에서
붕어빵 사다가
앉아 먹는 거
먹으면서
옛날이야기 하는 거
할머니가
주름진 입가를
슬쩍
들어올리며
미소 짓는다
봐라
내 나이가 조금 있으면
아흔이다
돈도 다 필요없다
그냥 이렇게
이바구 하는게 젤로 좋아
할머니는 그렇게
손녀가 좋아하는
떡볶이를 사다 꼬셔놓고는
오늘도 이바구를 떠신다
사는게 뭔지 몰라
이렇게 살아도 아무것도 남은 게 없어
빨리 죽어야지
내일은
내 유서나 녹음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