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대학교 수업으로 철학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때 교수님이 해주신 말들을 모두 기억할 수는 없지만, 이 말 하나는 기억하고 있다.
살면서 한 번은 듣게 될 그 말이자 여태까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그 말을 교수님에게 듣고 나는 계속 곱씹었다. '도를 아십니까' '도' 그건 뭘까, 뭘 아냐고 물어보는 걸까.
그렇게 한참 동안의 정적이 흐르자 교수님이 말했다.
"아마 그 사람들한테 물어봐도 똑같이 대답을 못할 거예요."
그리고 교수님은 말을 이어갔다. '도'는 한자 '길 도(道)'자를 사용하는데 쉽게 이야기해서 길을 아냐고 물어보는 것이며 그 길이란 '홍대 가려면 어떻게 가요'에서의 길이 아니라 인생에 있어서 내가 나아가는 혹은 나아갈 길이라고 말이다. 이후, 교수님이 다시 한번 더 이야기했다.
그럼에도 나는 도를 안다고 말하지 못한 채, 펜코 샤프 한 자루를 손에 쥐고 '도'라는 글자를 계속해서 노트에 끄적였다. '나는 내가 잘 알아'라고 누군가에게 단언할 수 없던 것이다. 흐르는 시간 속에서도 그 의문은 계속됐다.
나는 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나는 나에 대해 알지 못하는데 남에 대해 혹은 그 사람이 가는 길을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적어도 나는 안다고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자기만의 환상 속에 갇혀 세상을 바라본다. MBTI를 들으면 그 MBTI의 내용과 그 사람의 유사점을 어떻게든 찾아내어 자신과 어울릴만한 재목인지를 확인하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다른 이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고, 스쳐 지나가며 본 행동으로 그 사람을 재단한다. 그리고 그 사람을 자신이 안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남들을 바라보며 우리는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살아간다. 그건 바로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다. 내가 생각한 도를 아냐는 것은 나 자신을 아냐는 것이었다. 그에 대한 나의 대답은 "알기 위해서 계속 걸어가고 있다"이다.
당신은 도를 아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