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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한중 Oct 30. 2020

'멸치 한 마리' 주세요 ①

우리 식탁에 없어서는 안 될 효자 물고기


바다 수온이 올라가는 7~8월쯤이면 서해 앞바다에서는 멸치잡이 전쟁(?)이 시작된다.


백성의 물고기, 천연조미료, 칼슘의 왕'이라 불리는 “멸치”는 오랜 세월 멸치국수ㆍ볶음ㆍ육수ㆍ무침ㆍ조림ㆍ다시다ㆍ젓갈ㆍ액젓ㆍ회ㆍ쌈밥ㆍ김치찌개 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우리와 함께해 온 정겨운 생선이자, 가정마다 꼭 필요한 대한민국 대표 수산식품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 귀중한 멸치가 평생소원이 있는데 생전(生前)에 사람들로부터 「멸치 한 마리 주세요」라는 말을 한 번만이라도 들어보고 죽는 것이라고 한다.    

 



작지만 바닷물고기(魚類)는 바닷물고기인데 크기가 너무 작아 생선일까?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으나, 멸치도 엄연한 척추동물로 우럭ㆍ농어ㆍ방어ㆍ갈치ㆍ고등어 등과 함께 ‘생선’으로 분류되며, 크기에 따라 ‘대멸ㆍ중멸ㆍ소멸ㆍ자멸ㆍ세멸’ 등 5종류로 나뉘어 진다.


다른 어종(魚種)에 비해 몸은 가늘고 작지만 지느러미도 있고, 아가미와 비늘, 이빨, 위, 장 등 필요한 기능들은 다 가지고 있으며, 뼈째 먹을 수 있는 대표적인 생선이자, 저렴한 가격으로 우수한 영양소를 얻을 수 있는 훌륭한 식품이기도 하다.


특히, 우리가 어렸을 때 부모님이 자식들 칼슘 보강을 위해 "멸치 먹어야 큰 다."며 억지로 먹였던 대표적인 생선이기도 하다.   

 

비록 몸은 가냘파도 우리나라 수산물 중 연간 생상량 1위의 효자품목(생선)으로, 국민 1일 동물성 단백질 섭취량(자기 몸무게의 1~1.5배 즉 60kg이면 60~90g)의 40%를 담당하는 수산물 중의 하나이면서, 한편으론 가장 존재감이 없고 흔한 물고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나 자신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세상에서 가장 순한 물고기, 가장 아름다운 바닷물고기"로 불리기도 한다.


바다에서 태어나고 자라지만, 죽어서는 도시의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동네 구멍가게(?)에서, 관광지 할머니들 좌판 어느 곳에서든 반갑게 만날 수 있는 생선으로 정겹다.




너무 흔해서 일까? 멸치가 우리 인간에게 얼마나 좋은 건강식품인지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멸치는 단백질, 칼슘, 비타민 등 다양한 영양소가 포함되어 있으며, 칼슘은 100g당 1,290~1,905mg으로 우유(105mg)에 비해 무려 12~18배나 높아, 우리나라 국민 1일 칼슘 섭취 권장량(700~1,000mg)을 멸치 100g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생선으로 태어났으나 우럭이나 농어, 갈치처럼 생선 취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평생소원(?)도 듣지 못하고 생(生)을 마감하는 여린 몸의 멸치다.


수명 역시 1년 6개월로 짧은 삶이지만, '식물성 플랑크톤→동물성 플랑크톤→작은 물고기→큰 물고기'로 이어지는 바다 생태계(큰 고기의 먹이) 유지를 위해서 없어서는 안 될 아주 소중한 바닷물고기이자, 인간에게 영양소 공급원으로도 효(孝)를 다하는 물고기다.  


 ‘누가 너를 작고 못생겼다고 할까, 너의 짧은 생은 참으로 치열했고 마지막 은빛 파닥 거림은 장엄했다. 너는 떼 지어 다닐 때가 빛났고 혼자 있을 때는 늘 빳빳한 주검이었다.

그 여리고 애처로운 몸으로 넓은 바다를 눈부시게 누볐던 너는 아직 내 안에서 희망이 되어 슬프도록 파닥거리고 있다’(멸치/ 문순태)  

  

‘바다 안에서도 밖에서도 늘 잡아먹는 적 없이 잡아 먹혀서, 어느 목숨에 빚진 적도 없으니 똥(?)이라 해서 구리겠느냐?’(멸치 똥/ 복효근)   
 
 ‘멸치 똥이 아니라 멸치 속이여, 그게 실은 멸치 오장육부라니까. 오죽 속상했으면, 그 창자가, 그 쓸개가, 그 간덩이가 모두 녹아 꼬부라져서 시꺼멓게 탔을까. 푸른 바다를 입에 물고 헤엄치던 그 생생한 모습 가마솥에 넣고 끓여대고,

그것도 모자라 다시 햇볕에 말려 더 이상 오그라들 것도 없는 몸 또다시 끓여 국물을 내고, 너덜너덜한 몸통은 걸러 버리는 그 신세 생각하며 속이 다 꼬실라진 것이란 말이여 똥이 아니라 멸치 속이라니까 다 우려먹는 멸치 마음이라니까’(변명, 멸치/ 강형철)  

 
똥이 되어버린 멸치 오장육부


멸치 25마리

 


 

아주 오래전 우리 선조(先祖)들은, 멸치가 너무 많이 잡혀 '업신여길 멸' 자를 써 ‘멸어’(蔑魚), 변변치 못한 물고기라 하여 ‘추어’(鯫魚), 인간에게 잡히면 급한 성질 때문에 바로 죽는다 해서 ‘멸할 멸’ 자를 써 ‘멸어’(滅魚)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렀다고 한다.


비록 오랜 세월 하찮은 물고기로 취급받아 왔을 지언 정 우리에겐 "희망과 청렴, 희생"의 멸치다. 몸값을 올려주면 좋겠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어느 세월쯤에야 멸치의 평생소원을 들어줄 수 있을까? 힘겹고 그저 착하게만 살아가는 멸치에게 우리라도 “멸치 한 마리 주세요” 한 번쯤 불러주면 좋겠다. 아마도 멸치들이 떼 지어 식탁으로 몰려올 것만 같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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