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늘 없는 물고기지만, 우리에겐 단백질 공급원으로 꼭 필요하다.
물고기는 투명한 비늘로 덮여 있어 피부를 보호하고, 온도 변화를 감지하는 역할을 하지만 이름이 ‘치’ 자로 끝나는 물고기는 비늘이 없어 피부의 점액질이 대신하고 있다.
예로부터 차례나 제사상에 오르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는데 이유인즉 성질이 급해 물 밖으로 나오면 바로 죽어버리는 습성 때문에 비린내가 심해서 조상께 올리지 못한다고 한다.
거기에다 누군가를 얕잡아 말할 때 양아‘치’(거지)라고 하는데 비늘 없는 물고기도 ‘치’ 자를 붙여 낮춰 불렀다고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오랜 옛날부터 친숙한 물고기로 전해오고 있다.
바닷속 수많은 물고기 중에서 제일 많이 등장하는 ‘치’ 자의 대명사는 단연 「멸치」라고 생각한다. 그 비릿한 냄새가 사람 냄새와도 같아 더욱 친근하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2번에 걸쳐 브런치에 소개(멸치 한 마리 주세요)한 바 있어 생략하고, 나머지 ‘치’ 자 이름의 비늘 없는 물고기에 대해 앞으로 2회에 걸쳐 전개하고자 한다.
「갈치」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생선 중 하나로 모르는 사람이 없다. 바다의 인어로도 불리는데, 모성애가 강해 알을 낳은 어미 갈치는 부화될 때까지 먹이를 먹지 않고 그곳을 지킨다고 한다. 성질에 못 이겨 꼬리를 뜯어먹는 본래의 성격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모성애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러운 물고기로 알려져 있다.
생김새가 은백색의 기다란 칼 모양으로 ‘칼치’로 불리기도 했으나 ‘갈치’란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이빨은 단단하고 촘촘하지만, 맛은 담백하고 달달 하다. 주로 ‘은갈치와 먹갈치’ 두 종류로 구분하는데
주낙이나 채낚기 등 낚시로 잡은 것은 아름다운 은빛이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은갈치’로, 그물로 잡은 갈치는 외상이 있어 검은 색깔을 띠기 때문에 ‘먹갈치'로 불린다.
서식환경과 바다 수심에 따라서도 분류하는데 비교적 얕은 수심에서 잡은 것은 은갈치로, 깊은 수심에서 잡은 것은 먹갈치로 나뉜다. 음식으로는 조림 이외에 싱싱한 생갈치회나 칼칼한 갈칫국 그리고 풀치라고 불리는 어린 갈치요리는 별미 중 별미로 꼽힌다.
「곰치」는 '생김새가 재수 없다'라고 하여 괄시받아온 물고기로 그물에 걸리는 즉시 바다에 버려졌는데 그렇게 푸대접받던 곰치가 오늘날엔 ‘술의 독을 다스리는 생선’으로 널리 알려져 아침 해장국으로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 곰치가 아니라 ‘금치’로 불린다고 한다.
잔가시가 많고 생김새가 무섭다는데 육질이 연하고 맛도 있어 미식가들의 호응이 높다. 생활터전이 바위틈이나 굴로, 같은 환경의 문어와는 앙숙지간인데 영역 다툼이 보통 치열한 게 아니라고 한다.
곰치가 문어를 잡아먹는다고 하는데 대왕 곰치는 튼튼한 이빨을 가지고 있어 상어를 물어도 절대 놓아주지 않는다고 한다.
이처럼 곰치에게 한 번 물리면 강력한 턱의 힘과 안쪽으로 휘어진 이빨 구조 때문에 어디 한 군데가 잘려나가지 않고는 벗어날 수가 없다고 하니 조심해야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입안에 또 하나의 입(이빨)을 가지고 있는 특별한 물고기이기도 하다.
「꽁치」는 일본인들이 가장 많이 먹는 물고기로 82%가 불포화지방이며 성인병 예방에 좋아, 맛과 건강을 생각하면 훌륭한 먹거리다. 가격도 비교적 저렴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생선으로 주로 기본 반찬으로 선뵈는 대표적인 물고기다.
바다에 뜬 해초 따위에 알을 붙이는 습성이 있어 어부들은 가마니에 미역이나 다시마를 매달아 바다에 띄워 놓고 살살 흔들면 다가와 몸을 비벼대는 어미 꽁치를 맨손으로 잡는 '손꽁치 어업‘이 한때 성행하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사라진 어법이지만, 경상북도가 울릉도의 손꽁치 어업을 국가 중요 어업유산으로 보존하는 노력을 기울인다고 하는데 실현 여부는 미지수다.
이상적인 영양 균형을 갖고 있어 미각을 즐겁게 해주는 물고기이면서 ‘과메기의 원재료’로, 겨울철에 갓 잡은 꽁치나 혹은 청어를 바닷물로 씻어낸 후 내장을 빼고 밤에는 영하의 칼바람에, 낮에는 쌀쌀한 바닷바람에 꾸둑꾸둑 말려낸 것(반건조 발효식품)으로 과메기라 부르는데 물고기 이름이 과메기가 아니다. 겨울철에는 반드시 먹어야 하는 제철 음식으로 구룡포가 전체 생산량의 90%를 차지한다.
「날치」는 하늘을 헤엄치는 비행 실력을 지닌 물고기로 물 위로 떠오를 때 순간속도가 시속 50~70km로 한 번에 수십에서 400m까지 날기도 한다고 한다.
가슴지느러미가 새의 날개처럼 발달되어있어 바닷속을 누비다가 큰 물고기가 다가오면 가슴지느러미를 이용해 물 위로 줄행랑을 쳐 위험에서 벗어나곤 하는데 이처럼 멋진 활강을 할 수 있는 비결은 날치의 몸통이 바람의 저항을 적게 받는 가늘고 긴 원통형으로,
꼬리지느러미는 아래ㆍ위 두 가닥으로 분리돼 있어 비행할 때 양력(물체의 표면에서 수직 방향으로 발생하는 역학적 힘)의 발생과 좌우 방향 전환을 쉽게 할 수 있고 다시 물속으로 들어갈 때는 비행기의 랜딩기어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을 알려졌다.
헤엄치다가 상체를 일으켜 세우는 모습이 마치 비행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여 ‘날치’라는 이름이 붙여졌으며, 돌솥비빔밥의 일종인 알밥은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식감 때문에 인기가 높다.
「넙치」는 생김새가 넓적한 물고기로 대부분 표준어인 넙치보다 광어(방언)로 많이 알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고, 국민한테 사랑받는 익숙한 횟감이자 1위를 차지하는 양식품종으로 명실상부 효자 물고기이기도 하다.
다른 품종과는 달리 배를 바닥에 붙이고 사는 저서성 물고기로, 정면에서 볼 때 두 눈이 모두 왼쪽으로 쏠려있으면 넙치이고, 오른쪽에 있으면 가자미로 이해하면 된다. 과거에는 고급어종으로 대우를 받았던 때도 있었으나, 양식으로 대량생산을 하면서 지금은 많은 국민이 찾고 있는 반면 호불호도 있는데 비린내가 나지 않고 육질이 쫄깃해 초밥용으로 많이 사용한다.
넙치 중에는 아는 사람만 먹는다는 귀한 황금 넙치(돌연변이종)가 있는데 대부분 자연산으로 머리부터 꼬리까지 황금색으로 치장하고 있다. 제주도에서 양식에 성공했으나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여전히 귀한 어종으로 취급받는데 맛은 일반 넙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