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늘 없는 물고기’ 그 두번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삼치」는 푸른 생선 중 하나로 고등어와 유사한 점이 많지만, 식감이나 맛이 고등어보다 훨씬 부드러워 씹지 않고 혀로만 음미해도 살살 녹는 생선으로 통한다.
다른 물고기에 비해 “3배 빠르고, 3배 많이 먹고, 3배 빨리 자란다”라고 해서 ‘삼치’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는데 확실한 근원을 찾기는 힘들다. 어릴 때는 작은 새우 등 갑각류와 치어 등 어류를 먹지만, 어미가 되면 멸치, 까나리, 정어리, 전갱이 등을 잡아먹는다.
특히 멸치를 주로 먹기 때문에 삼치어장은 멸치 서식지와 관련이 깊다. 우리나라 삼치는 중국과 베트남 등에서 ‘명품 삼치’로 통해 인기가 높지만, 성질이 급해 잡히자마자 죽는 습성 때문에 항포구 근처 횟집에서만 회 맛을 볼 수가 있는데 그 맛은 정말 기막히다.
조선 시대에는 ‘망어’로 부르기도 했다는데 그 이유가, 한 지방관이 중앙의 고관에게 삼치를 선물로 보냈는데 상해서 맛이 이상 하자 고관이 ‘망할 놈의 물고기’라고 했다는 데서 유래되었다는 재미난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실치」는 “작아서 슬픈 물고기”로 멸치 또는 뱅어 새끼라고 하는데 모두 해당 없으며, ‘베도라치류’가 실치의 엄마다. 충남의 맛(음식)이라 불리는 ‘실치’는 ‘실처럼 가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음력으로 3~4월 봄비가 대지를 적실 때 주로 많이 잡힌다.
봄철에 잡은 실치는 장기 저장이 가능한 ‘뱅어포’라는 이름으로 일 년 내내 두고두고 먹기도 하는데 충남 당진 장고항은 실치 마을로 불리며 해마다 ‘실치 축제’가 열린다. 논란도 있는데 실치와 뱅어는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어종으로
시중에 파는 뱅어포엔 뱅어가 없고 실치로만 만든다고 하는데 뱅어라는 물고기는 산란기에 강 하류에 살다가 알을 낳으면 바다로 돌아가는 어종으로 지금은 연안개발과 하굿둑으로 멸종되다시피 했다고 한다.
실치는 하얗고 투명한 모양을 하고 있으며 베도라치의 새끼로 알려졌는데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흰 베도라치의 새끼”라고 한다. 실치는 회로 먹으면 일품인데 봄철에만 맛볼 수 있으며
극히 제한된 곳에서만 맛볼 수 있기 때문에 운이 좋아야 먹을 수 있는 귀한 몸의 생선이다. 특히 아욱과는 최고의 궁합으로 실치 아욱국은 한번 맛을 보면 평생(?)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준치」하면 생김새까지는 잘 몰라도 사람들은 “썩어도 준치”(살이 단단해 몸에 상처가 생기거나 죽어도 세균이 쉽게 침투하지 못해 ‘잘 썩지 않아 준치’라고 한다)라는 속담에는 매우 익숙하다.
값어치 있는 물건은 흠집이 나더라도 본래의 가치를 지니고 있어 과학적으로 말하면 ‘썩지 않으니까 준치’라고 할 만하다. 전어 또는 밴댕이와 흡사하게 생겼으며 맛있는 생선이지만 살과 꼬리까지 잔가시가 많아 맛있다고 마구 먹다간 목에 걸리기 쉬우니 지나친 음식 욕심을 부리면 안 되는 물고기이다.
전어처럼 회로 먹기도 하는데 그럼 에도 불구하고 “맛 좋은 준치가 가시도 많다”라는 말처럼 ‘좋은 일에는 방해되는 사건이나 귀찮은 일거리도 많아 무슨 일이나 다 좋을 수는 없다는 뜻’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준치는 예로부터 권력이나 명예, 재물에 욕심을 피우면 불행이 닥친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은 선물로 쓰였다고 하는데 성품이 올곧은 사람은 곤경에 처해도 본질이나 생각이 변치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수산시장의 활기를 북돋아 주는 일등공신으로 매년 4~7월이 지나면 자취를 감췄다가 이듬해 봄이 되면 어김없이 나타나곤 해 ‘시간을 잘 지켜 올바른 물고기’로 칭한다.
「참치」 (참다랑어)는 맛, 모양, 영양에 있어서 물고기 중의 으뜸인 참 물고기라 해 ‘참치’라는 이름이 붙여졌으며 고단백이면서 저지방, 저칼로리 어종으로 맛과 영양 면에서 어류 중 최고로 친다.
또 기초영양이 풍부한 등 푸른 생선의 대표어종이며, 횟감으로 인기가 높을 뿐만 아니라, 참치 통조림만 해도 연간 전 세계적으로 70억 캔이 팔린다고 한다.
입안에서 살살 녹는 참치회 한 점과 참치의 얼린 수정체(눈알)를 잘게 부수어 소주와 섞어 만든 눈물 주(?)는 불포화지방산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고 한다.
‘바다의 귀족’이라 불릴 만큼 기초영양이 풍부한 참치는 등 푸른 생선 중에서 심해에서 어획되는 완전식품이자 인간에게 꼭 필요한 필수 식품으로 생명의 열쇠를 쥔 단백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으며, 참치의 속살(가장 붉은빛을 띠는 부위)은 저지방으로 성인병 및 비만 예방과 빈혈 방지에 효과가 좋다고 한다.
참고로 3월 7일은 ‘참치 Day’다. 반면에 안타까운 소식도 있는데 매년 7월이면 경북 영덕 해안가로 죽은 참치 떼가 밀려오는데 그 이유는 참치의 연간 총허용어획량이 국제협약으로 체결되어 있어
그물에 일정량 이상이 잡히면 초과한 물량은 어부들이 바다에 방류하여 생기는 현상으로 참치의 습성상 바닷물에서 건져지면 바로 폐사하기 때문에 방류가 아니라 죽은 물고기를 다시 버리는 행위라고 한다.
「한치」는 큰 몸집에 비해 다리가 한 치(3cm) 밖에 안된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지역에 따라 화살 꼴뚜기 또는 창 꼴뚜기로 부르기도 하는데 “대형 꼴뚜기”가 맞다.
오징어와 비슷하게 생겨 간혹 작은 오징어로 오해하기도 하는데 오징어의 3분의 1 크기로 몸통은 길쭉한데 숏 다리를 하고 있어 누구나 구분을 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몸통 색을 바꾸는 특징도 가지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한치가 쌀밥과 인절미라면, 오징어는 보리밥과 개떡이다’라는 속담처럼 오징어보다 귀한 대접을 받는다.
다리가 짧다는 이유로 무시되고 있지만, 효능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서 심혈관 질환 예방에 좋다고 한다. 한치 칼국수와 한치 감자전, 한치 불고기는 많은 사람의 미각을 행복하게 하고, 한치 선상 낚시는 짜릿한 손맛으로 인기가 높다.
지금까지 2회에 걸쳐 ‘치’ 자 이름의 물고기 10종을 소개하였는데 "재밌게 읽었네"라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
끝으로, 이 물고기들은 공통점(‘치’ 자) 외에 「몹시, 매우, 많이」 맛있는 물고기로 회, 구이, 매운탕, 조림 등 가족과 함께 다양하고 맛있게 즐기면 우리 몸 건강에 매우 유익한 생선들이니 마음으로라도 칭찬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