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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한중 Nov 01. 2022

새우와 새우젓

새우(대하 또는 왕새우)와 새우젓(젓새우)은 칼슘창고이자, 천연소화제다.


김장철이 다가온다. 새우는 종류에 따라 해수, 담수, 기수 및 열대, 온대, 한대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으며, 그중에서 바다 ‘새우’는 굽은 등에 수염이 길고 발이 여러 개 있으며, 딱딱한 껍질 속에 흰 살이 들어 있는 왕새우(대하, 大蝦)부터 작은 새우까지를 말한다.


크기는 1cm 이하부터 30cm 이상으로 나뉘는데, 반면에 ‘새우젓’은 크기가 작고 껍질이 얇은 새우(통칭. 젓새우)를 소금에 절인 젓갈을 말하며, 젓갈의 대표주자라 할 정도로 수요가 가장 많다.


김치를 담글 때 향과 맛을 내며, 특히 김장철에 빠져서는 안 되는 재료로 배추 다음으로 김장의 맛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새우”는 잡식성으로 플랑크톤을 먹고 사는데, 몸집이 작은 어린 새우는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고, 몸집이 큰 새우(대하)는 동물성 플랑크톤을 먹는다. 꼬리가 초록빛이 나며, 수염의 길이가 자기 몸 길의 1.5~2배 길고 이마의 뿔도 길고 딱딱한 것이 특징이다.


반면에 양식 새우(대부분 흰다리새우)는 꼬리가 대체로 붉은색은 띠며 수염과 이마의 뿔이 짧아 양식 새우임을 바로 알 수 있다. 가격 차이는 2~3배 나지만, 맛은 선도와 사람들 식성에 따라 달라 어느 새우가 더 맛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대하의 제철은 봄(3~4월)과 가을(8월 말~10월)인데 충청남도 홍성군 남당항과 태안군 안면읍 백사장항이 대하 산지로 유명하다.


또 우리나라 울릉도와 독도 해역의 차갑고 깊은 바닷속에서만 산다는 독도 새우(도화새우, 꽃새우, 닭새우를 통틀어 이르는 말)는 부드러움과 단맛, 쫄깃함이 가히 일품으로 그냥 먹기에는 아까울 정도다.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이 방문했을 때 청와대의 환영 만찬상에 올랐던 주인공이기도 하다.








새우 중에는 추운 극지방에서만 서식하는 10~20mm 크기의 아주 작은 주황색의 크릴새우도 있는데, 일부에서는 작은 새우라고 하는데 엄밀하게 말하면 새우가 아니라 동물성 플랑크톤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가슴다리를 이용해 물에서 먹이를 걸러 먹는다고 한다.


크릴새우는 펭귄의 주식으로 자원량이 엄청나 남극 생태계에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갯지렁이와 함께 2대 미끼라고 할 만큼 바다낚시에 많이 사용하고 있어 꾼(?)들에게는 아주 친숙하다.


일본, 노르웨이, 미국 등과 함께 우리나라도 주요 어획국으로 쇼핑몰에서도 ‘남극 크릴새우 오일’을 검색할 수 있으며, 한때는 ‘크릴새우 죽’도 상품으로 시장에 선보인 적이 있다.   



 

“새우젓”은 시원한 감칠맛을 내주며, 잡는 시기와 크기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다른데 5월에 잡은 새우로 담근 젓은 ‘오젓’, 6월 산란기에 잡아 담근 것은 새우젓 둥 최상품으로 ‘육젓’이다.


주로 김장용 젓갈로 사용하는데, 흰 바탕에 노란 알집이 있고 꼬리와 머리 부위는 붉은색을 띠며, 크고 살이 통통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김치 담글 때, 돼지고기 먹을 때, 우럭 젓국 끓일 때, 호박 볶고 계란찜 할 때 등등 많은 음식의 맛을 끌어 올려주기 때문에 ‘음식 좀 한다’하는 사람들에게 단연 사랑받는 고마운 젓이다.


가을철에 잡은 작은 새우로 담근 젓은 ‘추젓’인데 역시 각종 음식에 널리 사용되며, 육젓보다 크기가 작아 당장 먹기보다는 1년 뒤 젓국용으로 사용하므로 ‘약 새우젓’이라고도 한다.


11월에 잡아 담근 젓은 ‘동젓’으로 잡젓이라고 하며, 제철보다 앞서 그물에 잡힌 작은 새우는 ‘오사리’, 특별한 선별작업 없이 크기가 작은 새우들을 한데 모아 주로 8월에 담그는 ‘자젓’


그리고 ‘자하젓’도 있는데 충남 서천군의 특산품으로 초가을에 소량 어획되는 자하로 담근 젓으로 잡는 방법 또한 재래식이어서 그물에다 가벼운 플라스틱 파이프를 연결하여 만든 큰 쪽대 모양의 어구에 줄을 매달아 사람이 뒷걸음질하며 끌어당겨 잡는 새우젓(젓새우) 중 가장 작은 새우다.


이밖에도 옛날 상비약(민간요법)으로 구강질환과 체했을 때 체증 치료에 쓰였다는 ‘토하젓’은 오염되지 않은 강이나 논에서 서식하는 민물새우(새뱅이)로 담근 젓갈이다.    




새우젓에는 음식물을 소화하고 분해할 수 있는 강력한 소화효소가 내장에 들어 있는데 육질을 쉽게 분해하기 때문에 새우젓을 먹으면 소화가 잘되어 천연소화제이자, 해독 기능도 있다고 한다.


특유의 맛과 육질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랑받는 해산물로 칼슘성분도 많아 새우젓 100g에 칼슘이10,000mg쯤 들어 있어 천연 칼슘 창고라고도 한다.이밖에도 예로부터 새우젓을 먹으면 뇌에 영양을 충분히 공급해 뇌세포를 보강해 주기 때문에 치매를 예방하는데도 효과가 있다고 했다. 특히 소화력과 면역력이 약한 노인이나 성장기 어린이들에게 좋은 식품이라 하니 얼마나 훌륭한 바다생물인가.


그러기에 시인은 「나는 사라져도 맛깔은 남기고 싶다. 나는 육젓 같은 사람이 되리라. 내 몸은 사라져도 사람들에게 곰삭은 좋은 양념이 되리라」라고 적었다.




젓갈과 관련된 속담도 빠질 수 없는데,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이 나타나면 ‘젓갈 가게에 스님’이라든가, 있을 수 없는 데 가서 당치 않게 찾는 것을 이르는 말로 ‘절에 가서 젓국 달라’거나, 눈치가 빠르면 세상 살기 편하다는 뜻의 ‘눈치가 빠르면 절에 가도 젓갈을 얻어먹는다’든가,


일이 안 되려니까 뜻하지 않은 일이 생긴다는 뜻의 ‘절이 망하려니까 새우젓 장수가 들어온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아주 작은 일에 대해서도 탐욕을 부린다는 ‘새우 간을 빼 먹겠다’


까맣게 잊어버린 지난 일을 새삼스럽게 들추어내서 기억나게 한다는 ‘새우 벼락 맞던 이야기 한다’ 등 새우젓갈을 즐겨 먹었던 민족인 만큼 새우 관련 속담도 많은 것 같다.   

  



약육강식의 바다에서 수많은 물고기의 먹이가 되고, 생태계 유지에 있어 중요한 위치에 있는 ‘새우’는 우리 식탁에서 결코 멀리할 수 없는 귀중한 존재임에는 틀림이 없다.


비록 사람들이 쳐놓은 그물에 건져 올려질지언정 ‘밥상 위의 작은 거인’답게 새우 한 점의 감칠맛과 시원한 맛, 고풍스러운 맛을 오래도록 선사해 주기 바란다.


 “곯아도 젓국이 좋다”는 속담 또한 그냥 만들어진 말이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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