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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E Jul 28. 2021

낑깡이 왜 귤일까

요즘은 금귤

할아버지는 하얀색 트럭을 몰고 다니셨다. 항상 집 근처 언덕에 세워두셨고, 그 트럭은 우리 가족이 일을 하고 여행을 할때 마다 아주 바쁘게 움직였다. 가끔 할아버지를 따라 나간 적도 많아서 할아버지의 자동차에 항상 틀어져있는  남행열차, 네 박자, 차표 한장, 해 뜰 날 등의 트로트 노래들에 자연스럽게 물들게 되었고, 매일 그 노래들을 할아버지와 들으며 마늘밭에 따라갔다.

마늘밭은 아주 넓었는데, 쭉 줄지어 심어진 마늘 줄기에서 마늘쫑을 뽑는 게 나의 일이었다. 물론 어린이가 한다고 해서 얼마나 하겠냐마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일을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나도 번듯한 일을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서 어른이 된 것 같았다.


마늘밭 옆에는 큰 하우스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곳은 우리 하우스는 아니었고, 남의집 하우스였는데 낑깡을 키우는 곳이었다. 요즘은 금귤이라고 부르지만 그때 당시는 모든 동네 사람들이 낑깡이라고 불렀다.
작은 탁구공 만한 그 과일은, 밖에서 봤을 땐 아기 귤처럼 보여서 아주 귀여웠고, 한 그루정도 갖고 싶었는데, 한 번은 그 하우스에 들어간 적이 있다. 아마 품앗이었나.. 할머니와 함께 들어가서 낑깡 따는 것을 도왔는데, 어린이의 손으로는 꽤나 스킬이 필요한 일이어서 할머니는 나를 가르쳐 주시다가 그냥 앉아서 놀라고 하셨다. 그곳이 내 기억 속 하우스의 첫 모습인데, 아주 더웠다.
정말 답답하고 산소 한 톨 없는것 마냥 공기가 퍽퍽했다.
그때 막 딴 낑깡을 주셔서 입에 넣었을 때의 기억을 잊지 못하겠다. 귤을 상상하고 먹은 낑깡은 달지도 않고 시지도 않지만 풋풋한 채소의 맛이 강해서, 왜 이런 게 귤이랑 똑같이 생겼을까 생각했으니 말이다.


요즘 금귤정과가 인터넷에 많이 떠서 자꾸 그때의 생각이 난다. 첫 기억이란 게 이렇게 중요하다. 요즘의 금귤은 어떤 맛일지 한번 먹어봐야겠다. 물론 그때의 낑깡과는 다른 맛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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