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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미리내 Oct 30. 2022

누군가의 첫사랑이란

러브레터-잘 지내고 있는거죠?

설산을 배경으로

오겡끼 데스까를 외치는 빨간스웨터, 짧은 머리의 주인공이 유명했던 때가 있었다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단 사실을 뒤늦게 알게되고, 더불어 그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을 ,주인공은 고열에 시달리몸살을 겪는다.


같은 이름으로 엮여 주번도, 동아리도 같이 하면서 서로에게 은근 신경이 쓰이던 사이.


조용히 짓궃던 이름이 같은 남자아이는 주인공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장례가 진행중일 때,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대신 반납해 달라며 주인공의 집에 들렀고 그렇게 마지막인지도 모르고 마지막 인사를 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같은 이름의 소년에게서 편지가 도착하고 , 어찌어찌 주인공이 소년의 첫사랑이었단 예쁘고 간지러운 사실을 알게된다.


대신 반납해 달라던 책에 꽂혀있던 독서카드엔 주인공의 모습이 연필로 그려져 있었고,

읽지도 않을거면서 퀘스트 깨듯 독서카드에 이름을 올리려는 의도로 숱하게 책을 빌리던  남자아이의 마음은 전하지 못한 마음을 자신이자 그아이의 이름을 책에 적는걸로 대신했다.



영화를  보고  문득 떠오른  기억이 있었다.

중학교1학년  남녀공학이라 남자, 여자 따로  분단을  나눠  앉히던 그때, 이름의  첫글자가  히읗이었던  그친구는  홀수로  떨어지는  남학생 수 때문에  교탁앞, 2-3분단  사이, 양쪽으로  짝을  둔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3분단  맨  앞자리였던 내자리도  덩달아  양옆으로  짝이 생기는 이상한  자리가  됐다.


그 아이는 나보다  키가  작았고, 조용하게  개구진 친구였다. 중학교에  갓  올라와  바로 .얼마전까지  말뚝박기하고  같이 놀던 아이들이  남자, 여자  편을  갈라  분단도  따로 앉고, 어쩌다  같이  얘기라도  길게  나누면  금세 가십의  중심에  들어서는  묘한  사춘기의  시기였다.


몇마디  나누지도 않고  ,말 없이  장난으로  친분을  유지하는  묘한 짝꿍이었다. 새학기  선물로  배가  빵빵한 필통을  숨기는  클래식한 장난부터  수업 직전에야  없어진줄도  몰랐던  교과서를  슬그머니  내미는 행동까지 밉지않고  과하지 않던  아이는  5월이  되기도 전에  전학을  갔다.


마지막 장난은  수업중에  대놓고 얼굴  훔쳐보기. 무릇  얼굴  훔쳐보기는  못생겼다고  놀리는  얙션과 짝이거나,  못나게  괴수처럼  그린  그림과  짝을  이뤄야  완성인데. 이  아이의 장난끝엔  꽤  그럴싸하게  그린  나의  옆모습이  공책에 남았다.


별스럽지 않다는  듯  내미는  그  공책을  나 역시 대수롭지 않게  받아든  기억이 있다.


 마지막 인사도 못 나누고  어느날 등교후에 그아이의 자리는 거짓말 처럼 사라졌고 그 아이의 전학 소식만 담임선생님께 전해들었다.


그 후 그자리에 대신해 앉게된 짝의 장난은 그 아이의 장난과 하등 다를바 없는 유치한 필통 숨기기 정도 였지만 이상하게 나의 신경을 긁었고, 내내 나를 화나게 만들었다.


그후 잊어버리고 지내던 내 중학교 1학년의 기억이 위에 언급한 영화 덕분에 불현듯 생각났다.

잘 만들고 재밌게 본 영화의 끝에는 줄거리보단,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내 어릴적 기억으로 한동안 심장이 두근거렸었다.


혹시..그 아이의 첫사랑이 내가 아니었을까, 나 역시 그아이를 좋아하지 않았을까...라는 조금은 영화같아 지고픈 소망으로, 어쩌면 조금은 사실일지도 모를 과거가 찬바람만 불면, 겨울이 다가오면 생각난다.


영화에선 눈이 참 많이 내렸었다. 현실이 어떠하건 소복히 내린 하얗고 포근한 눈으로 한겹 덮힌 세상은 부드럽고 설렌다. 거기에 살짝 상상력이 들어가 미화된 나의 과거라면 매년 돌아오는 겨울이 반갑지 않을 이유가 없다. 


어딘가 두발딛고 살고 있을, 어쩌면 나를 좋아했을 소년이 참 궁금해지는 늦가을 밤이다.


"잘 살고 있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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