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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주는 아픔

엄마 앞에서 부리는 아빠의 어리광

by 마음슥슥


일주일에 고작 며칠만 함께하는 수준이니, 그녀를 만나면 안아주려고 한다. 웃거나 옹알거리거나 손으로 내 얼굴을 만지려고 하니 그 귀여움을 참기 힘들어 품에 꼭 안는다.


“으쌰, 지아야 아빠가 안아줄게요.”


들어 올리면 곡소리(?)가 절로 나온다. 순간, 나이 들면 차에 탈 때, 의자에서 일어설 때 추임새가 절로 나온다는 아버지의 말씀이 생각난다. 최근 영유아 검진에서 상위 97%의 몸무게를 기록한 그녀였다.


이른 토요일 아침 수유를 마친 그녀는 한참 꼼지락꼼지락 놀다가 응아 타임을 가졌다. 때마침 옆지기도 자고 있는 터라 혼자서 지아를 안고 씻겨줬는데, 그것 때문이었을까? 어느 순간부터 왼쪽 손이 시큰거리기 시작했다.


몇 주 전부터 손목이 별로 안 좋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어딘가를 짚고 일어나지도 못하고, 손목을 조금이라도 움직일라치면 말 그대로 ‘지끈!’ 한 느낌과 함께 고통이 느껴졌다.


사랑으로 가득 안아주고 싶지만 그녀의 무게가 날 머뭇거리게 했다


무엇보다 손목이 너무 아파서 그녀를 안을 수 없을 정도였다. 번쩍 들어 안고 내려오기를 반복하는 둥가둥가를 좋아하는 그녀에게 둥가둥가는커녕 의자에 들어앉히기 조차 힘들었다.


“병원 가봐야 하는 거 아니야?”

“모르겠어. 근데, 너무 아파… 원래 이렇게 아픈 거였어? 정말 OO이(옆지기)가 존경스럽다. 와 “


지아가 태어나고 100일이 채 안되던 시점에 수유와 잠투정 때문에 거의 지아를 안고 생활했던 옆지기는 어느 순간부터 손목부터 어깨, 허리 그리고 발바닥까지 안 아픈 곳이 없다고 했다. 안쓰럽긴 했지만 이 정도의 고통일 줄은 몰랐다. 내 아픔과 옆지기에 대한 미안함이 더해졌는지 고통이 더 커지는 것 같았다.


엄마는 정말 위대한 존재다


다음날 아침에 옆지기는 지아의 모든 것을 챙겼다. 내가 손이 아프다는 것을 신경 써서였다. 글을 쓰고 있자니 옆지기의 따뜻한 마음이 다시 한번 떠올라 눈시울이 붉어진다. 자기 몸도 편하지 않으면서 기꺼이 날 배려해 주었다.


“미안해 OO(옆지기)야. 다음부터는 힘으로 하지 않고 요령껏 지아를 돌볼게.”


“응. 괜찮아. 손 쓰지 말고 좀 쉬어.”


항상 안아주고 싶은 그녀


서울로 올라가는 기차 안에서 손목을 조금씩 돌려보았다. 여전히 시큰거리지만 어제보단 덜한 아픔이다. 손목이 더 아플 수도 있지만 또 또 또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솟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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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