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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알아보는 그녀

교감

by 마음슥슥


엄마는 알아보는 것 같았다. 확신에 가까운 이 느낌은 아마 두어 달 전부터 갖고 있었다. 지내던 중에 불현듯 생각이 머리에 들어와 찼다.


‘지아가 아빠는 알아볼까?’


발달심리학에서는 유아의 재인(recognition)에 관한 다양한 실험이 있다. 특히, 엄마의 체취와 목소리 등은 꽤나 이른 시기부터 구분이 가능하다. 아빠의 재인에 관한 연구가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아 약간 답답함을 느꼈고, 지아와 많은 시간을 떨어져 있다는 사실이 의심을 가중시켰다.


그녀는 날 보면 함박웃음을 짓는다


“당연히 아빠, 알아보지!”


날 못 알아보고 스쳐 지나가는 아저씨(?)로 여길 거라는 내 의심을 듣곤 옆지기는 항상 꽤나 단호한 어조로 이야기했다.


글을 쓰고 있는 오늘 즈음에서야 그녀가 날 알아본다는 강렬한 느낌을 가지게 됐다.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다. 작은 부분들이 모여 내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주었다.


먼저, 오랜만에 날 보더라도 활짝 웃는다. 낯가림이 부쩍 심해진 그녀가 며칠 만에 날 보더라도 환하게 웃는다.


다음으로, 편하게 안긴다. 순전히 내 감각에 따른 느낌이다. 종종 몸 전체를 온전히 내게 푹 맡기는 느낌이 든다.


아빠 품이 편안했음 좋겠다


아빠를 알아볼까라는 생각은 아빠 역할에 대한 불만족이 의심으로 나타난 것이다. 본가에 내려오는 시간 동안 그녀를 볼 수 있기에 아빠 존재 각인에 주어진 시간은 짧다. 그 시간 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도 충분히 아빠 역할을 했다는 느낌은 적다.


그녀가 나를 아빠로 알아보고 있다는 느낌은 안도감을 주었다. 부족하지만 ‘인정’ 받은 느낌이다. 그리고 그녀에 대한 사랑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여전히 난 아빠가 되어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과정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라 조심스럽게 살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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