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원격 제자들

쌍방향 수업

by 사탕볼

코로나로 갑자기 시작하게 된 원격수업.

지금은 그때 정신없이 구축해 놓은 시스템으로 학교밖 수업을 진행한다.

학교밖 수업은 우리 반 학생이 아닌 도내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거라 어떤 학생들이 올지 모른다.

(안 올 수도 있고^^)

볼선생은 1,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20차시가량 6번째 강좌를 운영하는 중이다.

강좌 주제는 쉽게 그리는 사람, 사물이다.

아이들과 교실에서 수업을 하다 보면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꽤 많다.

자신 있게 그리는 아이들도 차렷 자세로 일렬로 서서 웃고 있는 사람만 그린다.

모든 사람의 표정을 윙크로 그리는 아이도 있다.^^


"선생님, 저 졸라맨 밖에 못 그려요."

"색칠 안 하고 싶어요. 색칠하면 망해요."

"선생님, 나 눈 못 그려요."


20차시를 시작하는 첫 수업은 졸라맨으로 시작한다. 안도하는 아이들의 반응에 격려를 불어넣고^^

"사람은 팔꿈치, 무릎 같이 꺾어지는 관절 부분이 있어요. 그 부분을 동작에 맞게 잘 그리기만 해도 훨씬 살아있는 그림을 그릴 수 있어요."

그림 가르친다 해놓고 졸라맨이라니 옆에서 보시는 학부모님들은 뜨악할 일이지만 아이들은 쉽게 그릴 수 있어서 좋아한다.

졸라맨으로 동작을 만들고 표정을 다양하게 하고 거기에 살을 붙여 옷을 입히면 점점 사람이 되어간다.

사람 그리기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점점 자기가 그동안 그리고 싶었는데 어떻게 그릴지 몰라 그리지 못한 것들을 그려달라고 요구한다.


"선생님, 우리 집 앵무새 그려주세요. 카톡 프사로 하고 싶은데 못 그리겠어요."

날아다니는 앵무새를 굳이 잡아와서 화면 앞에 들이민다.

화면 너머로 보이는 앵무새를 그리며 아이에게 같이 따라 그려보라고 한다.

"선생님, 우리 앵무새는 한쪽 발을 다쳤어요. 그리고 날개는 그렇게 말고 옆에 붙여서 그려주세요."

음.... 알겠어.

"다른 친구들도 따라 그려보자. 오늘은 자기 반려동물, 반려식물을 그려서 친구에게 뽐내기 해볼까요?"

"저도 잘 못 그려요. 선생님이 그려주세요. 따라 그릴게요."

아이들이 화면에서 사라지더니 화분을 들고 오는 아이부터 마리모를 들고 오는 아이, 무거워서 화분을 못 들고 온다고 노트북을 들고 가서 보여주는 아이까지 가지각색이다.

"차례대로 그려봅시다. 저 식충식물 이름은 뭘까?"

"짱구예요."

뭐??? 파리지옥 아니었니?

"제가 지어줬어요."

아... 반려동물만 이름이 있을 거라는 볼선생의 착각.

"그래, 짱구를 그려볼게요."

파리지옥을 그리자 아이들이 열심히 보고 따라 그린다. 아이들은 파리를 잡아먹는 모습을 그리는 아이도 있고 화분도 예쁘게 꾸미는 아이도 있고 사람 그리기 할 때 배운 표정을 넣는 아이도 있다.

행운목도 그리고 마리모도 그리는 사이 수업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간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가요. 1분밖에 안 남았어요."

"선생님, 주영이 햄스터 아직 안 그렸어요."

"다음 시간에 이어서 또 그릴게요. 오늘도 그림 그리기 열심히 한 친구들 칭찬합니다. 다음 수업에 만나요."

"안녕히 계세요."

"선생님, 사랑해요."

만나 보지도 못한 아이들에게 듣는 사랑한다는 말.

컴퓨터 속에서 만나지만 20차시가 끝날 때면 친구들끼리도 서운해하는 아이들.


내가 좋아하는 그림 그리기를 하며 디지털로 변해가는 교육환경에 적응도 해볼까 하고 시작한 학교밖 수업에서 새로운 내 교실을 꾸민다.

여기도 원격제자들과 함께 하는 내 교실이다.


이전 02화단체 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