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 받아쓰기 100점 받으면 엄마가 천 원 준다고 했어요."
"좋겠네. 선생님은 200점 받아도 엄마가 천 원 안 주는데."
살아보니 칭찬 중에 돈이 제일 마음에 와닿긴 하더라만 1학년은 아직 몰랐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1학년 1학기는 받아쓰기를 지양하라고 하여 어려운 쓰기는 하지 않는다.
ㄱ을 배우고 나면 ( ㅏ 지)를 문제로 내고 '가지'를 불러주어 ㄱ을 쓸 수 있게 하고, ㄴ까지 배우고 나면 '누가바'를 ( ㅜ ㅏ 바)라고 문제를 내는 정도이다.
글자를 다 깨친 아이도 있어서 아이마다 문제 수준을 달리하여 각자 공책에 따로 적어서 준다. 공책 앞을 살펴보며 지난번에 아이가 틀린 자모음이 있으면 다시 비워놓고 소리값을 아는지 확인을 한다. 이것도 보통 일은 아니다. (급당 인원수를 줄여달라!!!)
이렇게 몇 번 받아쓰기를 하면 대부분 아이들이 백점을 받는다.
채점을 하고 공책을 나눠주며
"시현이 잘했어요."
"주아도 잘했어요."
칭찬을 해준다.
모든 아이 다 해주는 칭찬이지만 아이들은 그 말 한마디 들으려고 받아쓰기를 한다.
하지만 이 칭찬이라는 것이 조금만 방심하면 받아쓰기, 수학 학습지 같은 학습의 결과만을 두고 칭찬을 하게 된다. 학교는 공부만 하러 오는 곳이 아니라고 늘 아이들에게 이야기해 놓고 정작 선생이 공부만 가지고 칭찬하는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다.
볼선생에게는 공부 외에 다른 칭찬거리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선생님, 저기 공벌레 엄청 많아요."
A4용지를 얻어가더니 공벌레를 스무 마리 정도 잡아서 교실로 들고 와 볼선생에게 자랑한다.
"우와, 윤재 곤충 박사님이네. 공벌레를 이렇게 많이 잡았어? 교실에 오면 공벌레들이 힘들 수 있으니까 자기 집으로 다시 보내주고 오세요."
바깥놀이할 때는 더 칭찬거리를 찾을 게 많다.
"모래로 뭐 만든 거야?"
"여기는 강이고 여기는 강물을 막는 거예요."
"대단하다. 나중에 크면 이런 큰 공사할 수 있겠네."
"저 포클레인 할 거예요."
아이들을 한 바퀴 돌고 오니 민준이가 구름사다리에 매달려있다.
글자를 몰라서 쭈뼛거리는 모습은 어디 가고 구름사다리에서는 훨훨 난다. 원숭이 마냥 매달려서 노는 모습에 친구들도 감탄을 한다.
"민준아, 구름사다리 진짜 잘하네. 멋진데? 선생님 1학년 때는 매달리지도 못했는데."
다른 친구와 비교할 수 없으니 늘 비교 대상은 볼선생 1학년 때이다.
민준이는 어깨를 으쓱하며 팔이 아플 텐데도 구름사다리에서 내려올 생각을 않는다.
날마다 하루에 짧게는 1시간 정도 통화를 하는 절친 착한 돌과 이야기하다가 아이 칭찬하는 말이 나왔다.
오늘 아이가 이렇게 해서 이런 칭찬을 했고, 우리 반엔 어떤 일이 있었는지 끝없이 수다를 떤다. 서로 자기 반 애들 자랑하느라 바쁘다.
그러다 착한 돌이 하는 말이 맘에 깊이 와닿는다.
아이의 잘하는 점을 찾아서 칭찬하는 것도 좋지만 잘 못하는 것, 아이의 고쳐야 할 점에 아주 조금이라도 변화가 있을 때 그때 칭찬을 많이 해주라고.
맞다. 그 말이 정말 맞다.
공부 칭찬 말고 다른 칭찬을 찾는다고 하긴 했지만 결국 잘하는 것을 찾아서 칭찬하고 있었다.
축구하면서 골을 넣은 아이, 줄넘기를 잘하는 아이를 칭찬해주고 있었던 볼선생이다.
어제는 구름사다리에 매달리기만 하던 아이가 용감하게 한 손을 떼다가 떨어지는 순간.
그 순간을 놓치지 말아야지.
친구와 다투고 1시간씩 우는 아이가 조금만 울고 마음을 푸는 순간.
그 순간을 놓치지 말아야지.
좋은 칭찬은 기술이다. 마음을 다해 자세히 보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고난도 기술.
내 친구 착한 돌. 나에게 큰 선생님이다.
매일 1,2시간 통화하다 보면 1년에 한두 가지 배울 점이 있다. 하하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