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약이 네 것이냐

by 사탕볼

아침부터 문자 알림으로 휴대폰이 바쁘다. 알레르기 비염이 있는 볼선생은 재채기를 하고 콧물을 닦으며 문자를 확인한다.

“아이가 기침을 해서 병원에 들렀다 보내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휴대폰 문자 입력 칸에는 ‘네’만 입력하면 ‘알겠습니다’가 알아서 뜬다.

1학년은 아픈 아이가 많다. 특히 3월에 학교 적응도 해야 하고 계절도 바뀌고 해서 더 아프다. 엄마 입장에서는 아픈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것이 마음 아프고 불안한 것이 당연하다.

지각, 결석 등 비슷한 문자를 몇 개 확인하면 내 책상 위에는 어느새 약병이 줄을 서 있다.

약병에 이름을 써온 아이도 있고 그냥 약병만 올려놓은 아이도 있어서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미리 연락을 주신 부모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모님도 있으니 확인하지 않고 함부로 먹일 수 없다.

“선생님 책상 위에 약 올려놓은 사람 누구예요?”

“어. 민채, 주영이 점심 먹고 먹으면 돼? 응. 알겠어. 그런데 이 약은 누구 거야?”

이름이 동... 까지만 나와있고 뒷부분은 지워졌다.

동민이가 뛰어나와서

“선생님, 그 약 제 거예요. 복도에 있었어요.”

“어? 니 약인데 왜 복도에 있어?”

“흘렸나 봐요. 엄마가 점심 먹고 먹으라 했어요.”

“복도 어디서 찾았는데?”

설명을 들어보니 우리 교실 복도 앞도 아니고 저 멀리 현관 앞 어디란다.

“이거 니 약 맞아? 이름이 제대로 안 적혀있는데?”

“맞아요!”

확신에 찬 대답이 더 불안하다.

엄마에게 약병 사진을 찍어서 혹시 이 약이 동민이 약이 맞는지 문자를 보낸다.

종이 치고 정신없는 수업을 1차전, 2차전, 3차전까지 마쳤다. 2교시부터는 아이들이 수업 중에 질문을 많이 한다.

“선생님, 밥 언제 먹어요?”

“3교시 마치고 먹어요.”

“선생님, 지금 몇 교시예요?”

“지금은 2교시고 있다 공부 한 번 더 하고 밥 먹어요.”

“선생님, 배고픈데 지금 밥 먹으러 가면 안 돼요?”

“안 돼요.”

점심시간이 되었는데 동민이 엄마가 문자를 확인하지 않으신다. 있다 밥 먹고 약 먹기 전에 전화를 해봐야지.

점심을 먹고 교실에 와서 보니 동민이가 약을 먹었다고 한다.

“뭐? 선생님 책상 위에 약? 선생님이 엄마한테 물어보고 먹자고 했는데?”

“누나가 와서 먹여줬어요.”

아침에 엄마가 3학년 동민이 누나에게 약을 주고 점심시간에 1학년 교실에 찾아가서 동민이한테 먹이라고 하셨단다.

동.... 약은 누구 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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