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볼

by 사탕볼

국민학교 교문 앞에서 여자아이와 엄마가 실랑이를 하고 있다. 학교에 가기 싫다고 버티는 게 분명하다. 1학년 학생 중에 등교 거부를 며칠씩 때론 몇 달씩 하는 어린이가 있다. 여자아이는 단호히 등교를 거부하는 중이다. 학교 건물로 올라가는 비탈길을 선생님이 뛰다시피 내려오신다.

“교실에 가자. 선생님이 미안하다. 이건 선생님이 주는 선물이야. 집에 가서 먹어. 선생님 손잡고 가자. 엄마한테 인사하고.”

그제야 여자아이는 종합 캔디를 가방에 넣고 교실로 향한다.

실은 여자아이가 학교에 오기 싫어한 사정이 있었다.

학교에 오면 바르게 앉아서 선생님을 바라봐야 한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따라 맨 앞에 앉은 여자아이는 최대한 바른 자세로 선생님의 말씀을 들었다. 첫째 날도 둘째 날도 꽤 모범적으로 학교생활을 하는 중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니는 왜 맨 앞에서 하루 종일 사탕을 물고 앉아 있노?”

여자아이가 울기 시작했다. 친구들이 웃는 것도 싫고 선생님한테 지적을 받은 게 억울하기도 해서 울었던 것 같다. 그 여자아이는 나다.

그 일이 있고 다음 날 아침 학교에 안 가겠다고 교문 앞에서 우는 것이다. 아마 그러고 집에 가서부터 안 가겠다고 울었을 것이다. 그냥 볼이 좀 통통했을 뿐인데 종일 사탕을 물고 있다는 오해를 받았으니 억울하기도 했겠다. 엄마가 선생님께 어떻게 연락했는지는 모르지만 교문 앞에서 엄마와 실랑이를 하고 있을 때 선생님이 헐레벌떡 내려오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담임 선생님은 퇴직을 몇 년 앞두신 연세 많으신 여선생님이셨다. 수십 년 전 교직 분위기에 애가 학교에 안 오겠다고 하는 건 당연히 집에서 엄마가 야단을 쳐 보내야 하는 일이었을 텐데 종합 캔디까지 사서 교문 앞에 마중 나와 아이에게 직접 미안하다 사과하신 선생님이 진심으로 존경스럽다.

사탕도 받고 기분이 좋았던 나는 선생님 말씀을 잘 듣는 어린이가 되었다. 선생님이 노래 한 곡 해볼래 하시면 한번 빼지도 않고 교단에 나가 ‘밤비 내리는 영동교’를 불렀다. 최선을 다해 진지하게 노래를 부르느라 선생님의 반응을 보지도 못했다. 교실에서 노래를 한 곡 부르고는 쉬는 시간에 선생님 손에 이끌려 교무실로 가서 같은 노래를 한 번 더 불렀다. 아마 담임 선생님 퇴직하시고도 한동안 옛날 교직 생활 이야기에 그때의 내가 등장했을 것 같다.

그렇게 자라 초등교사가 된 나는 1학년 학부모와 상담할 때 아이가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하진 않는지 물어보게 된다. 혹시나 내가 실수하거나 놓친 부분이 있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내가 실수한 점이 있으면 선생님처럼 나도 미안하다 꼭 사과해야지.


내 필명은 사탕볼이다. 참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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