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이 아침부터 전쟁통이다. 출근을 해보니 한 사람은 대성통곡을 하고 있고 나머지 아이들도 목소리를 높여 패싸움을 하고 있다.
“그만 싸우고 자리에 앉아봐. 재우는 선생님한테 나오세요.”
생전 싸움이라고는 안 하던 우리 반 중재자 재우가 이렇게 크게 싸우고 울다니 당황스러웠지만 침착하게.... (사실 이땐 나도 첫 부임 학교라 신규나 다름없던 시절이었다.)
“애.. 꺽꺽 들...꺽... 이....”
울다 울다 곧 숨이 넘어갈 지경이다. 심각하다.
얼추 신규 교사는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해야 하나 머리가 하얘지는 중이다.
“재우야, 숨 크게 쉬고 좀 진정하자. 가라앉으면 다시 이야기하고.”
그러자 상대편으로 보이는 여학생 하나가 와서 당당히 일러준다.
“선생님, 제가 선생님 혜성여중 교복 입고 지나가는 거 봤다고 애들한테 우리 선생님 혜성여중 다닌다고 이야기했는데 재우가 자꾸 아니라잖아요. 자기는 직접 보지도 않았으면서.”
하. 하. 하. 하. 하. 하.
재우는 옆에서 더 큰 소리로 울기 시작한다.
앞뒤 이야기를 맞춰보니 여학생 하나가 선생님이 중학생 교복 입고 지나가는 거 봤다고 하니 아이들이 진짜냐고 하는 걸 재우가 선생님은 중학생일 수 없다 중학생은 선생님을 못 한다고 한 것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직접 봤다고 하는 여학생의 말을 믿고 재우의 근거 없는 논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우가 아니라고 주장을 하다 하다 결국 억울해서 울고 있었던 것이다.
“얘들아, 선생님은 혜성여중 안 다녀.”
“예? 선생님 교복 입고 지나가는 거 봤는데요?”
“많이 닮은 학생이 있겠지. 선생님은 다른 중학교 벌써 졸업했어. 그리고 선생님이 되려면 중학생 나이로는 될 수 없는 게 맞아.”
"아닌데. 내가 봤는데..."
“재우가 많이 속상해하는데 친구들이 사과하고 달래줄 수 있겠지?”
여럿이 와서 미안해, 미안해 사과를 하지만 재우의 눈에는 눈물이 그치지 않는다. 친구들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며 선생님을 중학생이라고 하는 것도 못 참겠고 자기한테 보지도 않았으면서 아니라고 한다고 타박하는 친구들이 밉기도 한 것 같다.
자기 맘은 너무나 복잡하고 속상하겠지만.
보는 나는 너무 귀엽고 재밌다.
“그럼 선생님은 몇 살이에요?”
“스무 살!”
“거 봐! 선생님 중학생 아니라니까!”
그때부터 난 쭉 스무 살이다.
...하지만 지금은 중고등학생이라고 착각해 주는 착한 어린이가 한 명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