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

by 사탕볼

중앙현관을 들어서서 2층 교실로 올라가는데 우리 교실 쪽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굉음이 들려온다. 출근하자마자 이게 웬일인가 싶어 교실로 뛰어간다.

문이 열려있는 2학년 교실에 정훈이가 혼자 있다.

프로젝션 TV를 리모컨으로 켜서 볼륨을 최대로 높인 채 TV 하단 스피커에 귀를 아니 몸을 바짝 붙이고 섰다.

리모컨으로 뭘 눌렀는지 화면은 채널 몇 번이 지지직 거린다.

“정훈아! 시끄러워!”

리모컨으로 TV를 끄자 정훈이는 다시 내 손에서 리모컨을 빼앗아 전원을 켠다.

시끄럽다고 수어로 귀에 손가락을 대고 죽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온몸으로 사정을 해본다.

겨우 TV를 끄고 듣지 못하는 정훈이와 대화를 한다.

못 들으니 말을 할 수도 없고 글을 모르니 써서 보여줄 수도 없어 답답한 마음에 간단한 수어를 배웠지만 집에서 식구들끼리 만든 수어를 사용해 정식 수어는 못 알아듣는 것도 있다.

총체적 난국.

정훈이 아버지와 어머니는 두 분 다 농인이시고 형만 청인이다. 부모님도 정식 수어를 배우지 못하셨다. 들어보진 못했지만 부모님의 삶도 녹록지 않으셨을 것이다.

마주 보고 앉아 정훈이를 바라본다. TV는 왜 켰냐고 묻고 싶다.

정훈이도 내가 뭘 묻고 싶은지 안다. 답을 못 할 뿐.

리모컨을 들고 손으로 크게 X표를 하며 최대한 미간을 찡그려 그러면 안 된다는 뜻을 전한다.

교육은 반복.

계속 리모컨을 들고 X표를 하는데 정훈이가 내 손을 끌고 TV 스피커에 갖다 댄다.

금방까지 최고 출력으로 소리를 내던 스피커는 따뜻하다.

……………

순간 스치는 생각에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아이는 TV에서 나는 소리로 스피커가 진동하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집에서 가족 수어와 표정으로만 살 때는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모르다가 학교에 입학하고 1년이 되어서야 자신만 못 듣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라도 소리를 느끼고 싶은 정훈이 마음이 너무나 안타까워 눈물이 흐른다.

내가 왜 우는지 모르는 정훈이는 내게 아프냐고 수어로 묻는다. 자기가 TV에 갖다 댄 선생님 손이 다쳤는지 걱정이 되는가 보다.

괜찮다고 안 아프다고 하고 매일 하는 아침 인사인

“아침에 뭐 먹었어?”를 수어로 묻는다.

매일 대답은 계란이랑 밥, 김이다.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은 못하지만 서로 소통한다는 것에 만족한다.


나는 청각장애 플로리스트가 만들어주는 꽃다발을 한 달에 한 번 받으며 그들의 일자리를 만드는 곳에 정기 후원을 한다. 택배로 꽃다발을 받을 때마다 TV에 붙어있던 정훈이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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