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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선생의 달콤한 교실 1
15화
#가을이 오면
by
사탕볼
Jun 29. 2024
“선생님, 우리 사진 찍어주세요.”
점심시간이 끝나가는데 교무실로 찾아온 선우가 갑자기 사진을 찍어달란다.
“무슨 사진?”
“우리가 점심시간 내내 은행잎 모아서 산 만들었어요. 거기서 애들이랑 같이 사진 찍고 싶어요.”
학교 운동장엔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있다. 그 나무는 아이들이 잡기놀이 할 때 손을 대고 있으면 술래에게 잡혀도 안 죽는 안전지대이기도
하고 운동장 수업할 때 그늘을 내어주는 야외교실이기도 하다.
“그래, 나가보자. 선생님이 사진 찍어줄게.”
나가보니 어디서 가져왔는지 낙엽 정리하는 갈퀴를 들고 은행잎을 제대로 쌓아놓았다.
아이들도 나오고 큰 은행나무까지 멋지게 나오려면…. 카메라 각도를…. 보자…
이리저리 해보다가 나중엔 운동장 바닥에 납작 엎드려서 찍어본다.
“오! 됐다. 그대로 있어. 자. 포즈~~ 됐어. 한 장 만 더. 다시 포즈~.”
아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는 이제 놀 거란다.
“어? 이제 곧 종 치고 수업하는데?”
“안 돼요. 은행잎에 묻기 하려고 겨우 이만큼 모았단 말이에요.”
점심시간 내내 장비까지 동원해 땀을 흘리며 은행잎을 모은 이유가 친구 묻기였다니…
“그래. 그럼 종 치기 전까지 잠깐 놀아.”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가위바위보를 해서 묻힐(?) 사람을 정한다.
이긴 사람이 묻히는지 앗싸 하고는 땅바닥에 눕는다. 누운 아이를 친구들이 은행잎으로 덮어서 안에 사람이 있는지도 모르게 만든다. 안에 묻힌 아이는 신난다고 웃어댄다. 차례로 친구 묻기를 하는데 종이 친다.
아이들도 볼선생도 못 들은 척한다.
한 사람씩 다 묻고는 끝나나 했더니 이젠 전쟁이다. 은행잎을 서로 던지고 공중에 뿌리며 아주 가을에 푹 빠졌다.
공부는 무슨 공부. 오늘 그냥 이러고 놀자.
아이들이 은행잎을 던지고 노는 모습을 찍는다. 아까 줄 맞춰 서서 찍은 기념사진보다 훨씬 좋다.
“얘들아, 선생님 셀카 찍게 뒤에 은행잎 좀 날리게 해 봐.”
착한 아이들이 은행잎을 한 손 가득 들고 와서 셀카 찍는
볼선생 머리 위로 폭포처럼 쏟아붓는다.
다 죽었어. 이리 와.
그날의 바람, 하늘 빛깔, 향기 아니 냄새…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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