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왔어? 머리 예쁘게 묶고 왔네.”
4학년 미소가 인사를 꾸벅하고는 조용히 자리에 앉는다.
친구들이 와서 재잘재잘 옆에서 떠들면 이름처럼 미소만 지을 뿐 소리 내 웃지도 않는다. 본인이 더 답답할 텐데 하루 종일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지낸 지 3년째다.
1학년 말에 전학 온 우리 학교에는 지금까지 미소의 목소리를 들어본 사람이 없다. 전교생 스무 명 남짓한 작은 학교에서 우리 반은 3학년 2명 4학년 5명 복식학급 7명으로 아웃사이더로 살고 싶어도 그럴 형편이 못 되는 반이다.
“얘들아, 오늘 인터넷 지도로 여기저기 살펴보기 할 거야. 엄청 신기하다. 한번 보자.”
구글어스를 열어 세계 이곳저곳을 슉~ 슉~ 날아다니는 걸 보고 아이들은 환호를 하며 손뼉 친다.
“신기해요. 선생님. 우리 집도 갈 수 있어요? 우리 집에 가고 싶어요.”
음. 우리 집을 보기엔 구글어스보다 거리뷰로 보는 게 더 잘 보일 테니.. 네이버로 가보자.
“자 여기가 우리 학교다.”
“진짜다! 지금 바로 보이는 거예요? 저 차는 누구 차예요?”
“실시간으로 보이는 건 아니고 사진을 찍어서 보여주는 건데 사진이 가끔 바뀌는 거지.”
“우와~ 움직여요? 이 쪽으로 아니 아니 반대로 가요. 우리 집에 가려면 이 쪽으로 가야 해요.”
화살표 클릭으로 자기 집까지 가자고 할 심산이다. 아이들이 사는 동네 근처로 이동해서 거리뷰를 클릭한다.
“선생님! 저기! 저기! 103동! 거기 8층 우리 집이에요!”
“선생님! 우리 집도 가요. 조금만 옆으로 가면 돼요. 네! 거기! 거기!”
아이들은 신문물에 감동해서 거의 눈물을 흘릴 지경이다.
차례차례 친구들의 집을 다 찾고 이제 남은 건 미소네집.
미소는 통학버스를 타고 어느 식육식당 앞에서 내리는 것만 알지 다른 친구들도 찾아가는 길을 모른다.
“미소야, 미소네집은 어디야? 여기서 버스 내리면 어디로 가야 돼? 오른쪽으로?”
말은 없지만 표정이 안 좋다.
“아니야? 아님 왼쪽으로?”
안 좋은 표정으로 이젠 눈을 감는다. 그만 물어야 하나.
그때.
“위로….”
순간 교실에 모든 아이들이 숨도 멈추고 미소를 바라본다.
“위로? 더 위에? 여기로 가는 거 맞아?”
“네. 거기예요. 무지개아파트….”
아이들이 미소 자리로 우르르 모여든다.
“말 잘하네~.”
흥분한 볼선생이 깊숙이 넣어둔 초콜릿을 통째로 꺼내서 아이들에게 여러 개씩 준다.
“만화 봐! 공부 끝! 만화 봐!”
“와~~~~~ 미소야 이제 말 자꾸 해. 초콜릿도 먹고 만화도 보게.”
만화를 틀어주고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볼선생이 복도로 뛰어나와 수업 중인 다른 반 교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간다.
“초콜릿 먹어! 자! 다 먹어!”
놀란 동료 선생님이
“볼선생아. 와 이라노. 니 우나?”
“어. 미소가 말해. 말했어.”
1학년 말에 전학을 왔는데 이전 학교에서 친구들한테 왕따를 당했다고 한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어린이집, 유치원에 다닐 땐 그렇게 활발하던 아이가 입을 닫아버렸다.
길을 전혀 못 찾는 담임을 만나 말문을 트게 된 후 한 마디 두 마디 말도 하고 웃게 되었다.
미소에게 때가 되었던 거겠지.
마음속에 맺힌 것이 다 풀려서 나에게 잊지 못할 순간을 선물해 주었겠지.
날마다 아이들에게 알게 모르게 선물을 받으면서 교사도 조금씩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