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벗은 날

by 사탕볼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코로나라는 감염병으로 세상에 없던 일들을 모두 함께 겪어냈다.

전쟁 때도 학교는 천막 치고 수업을 했다는데 감염병으로 전국이 한꺼번에 휴업을 하는 일이 생기고, 컴퓨터로 원격 수업이라는 걸 갑자기 하게 되고.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했을까 싶은 날들의 연속이었다.


2022학년도에 볼선생은 3학년이다. 새 학교로 옮기고 처음 맡은 학년.

이 학년 아이들은 학교 입학하고 지금까지 한 번도 마스크를 벗은 적이 없다.

2019년 말 코로나 창궐로 2020학년도 1학년들은 입학식도 못하고 체험학습도 한 번 못 가고 학교도 퐁당퐁당 등교했다.


담임을 맡자마자 볼선생은 코로나에 걸려 학교에 나오지 못했다. 격리가 끝나고 출근해 보니 아이들도 하나가 걸렸다가 나아서 등교하면 둘이 걸려 들어가고 둘이 돌아오면 또 다른 아이가 걸리는 날의 연속이다.

수업 시간에 그림을 그리라 하면 사람을 그릴 때 마스크 쓰고 있는 모습을 그린다. 마음이 아프다.

"선생님, 마스크줄이 끊어졌어요."

줄이 끊어진 마스크로 입을 막고 아이가 다가온다.

총알같이 새 마스크를 들고 교실 밖으로 나가 마스크를 벗기고 새 마스크를 씌운다.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없지만 운동장까지는 나가지 못하고 아이들 없는 복도로 나가 순식간에 바꿔 씌운다.

교실 밖에는 소독해 주시는 분이 문 손잡이, 안전바 등 손이 닿을 만한 곳을 알코올로 구석구석 소독을 하신다.

"다 같이 손소독 준비."

교실 안에는 아이들이 일제히 무슨 선물이라도 받는 듯이 손바닥을 모으고 있다.

볼선생은 돌아다니며 손소독제를 아이들 손에 펌프 해서 뿌려준다. 아이들은 익숙한 듯 손을 꼼꼼히 소독한다.

아침에 등교할 때 적외선 카메라로 열을 측정하고 교실에 들어왔지만 급식 전에 다시 열을 재야 한다. 고막형 체온계로 재려면 한 명 재고 알코올솜으로 다시 소독을 해야 해서 시간이 많이 걸린다. 볼선생은 이미 메르스 때 적외선 체온계를 사비로 구입해서 교실에 두고 쓴다.

아이들의 체온을 재고 혹시 37.3도인 아이는 다 재고 나서 다시 한번 재본다. 입원 환자들처럼 수시로 열을 재야 하는 아이들....

급식소로 가면 칸막이가 쳐진 자리에 앉아 절대 옆사람과 이야기하지 않고 자기 식판에 코를 박고 밥을 먹는다. 떠들고 싶을 만도 한데 아이들은 익숙한지 그렇게 혼밥 아닌 혼밥을 한다.


전쟁 같은 3,4월이 지나니 코로나가 한 바퀴를 돌아 어느 정도 안정이 되어가고 모든 아이들이 안정적으로 학교에 등교한다.

실외 마스크 해제 2022.05.02.

세상에~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 날이 오긴 오는구나.

[실외마스크가 5월 2일부터 해제됩니다. 운동장에서 마스크를 벗고 바깥놀이를 할 예정이나 마스크를 벗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학부모님께 안내를 하고 5월 2일 1교시 운동장에 나간다.

그냥 놀면 심심할까 봐 비눗방울을 하나씩 나누어준다.

"오늘부터 밖에서는 마스크를 벗어도 되니까 벗고 싶으면 벗어요. 꼭 벗으라는 건 아니니까 쓰고 있는 게 좋으면 쓰고 있어도 됩니다."

볼선생이 제일 먼저 마스크를 벗는다.

"우리 선생님 이렇게 생겼구나!"

아.... 생각지도 못했다. 아이들이 내 얼굴을 모르다니... 울컥하는 마음을 진정시킨다.

아이들이 하나둘 마스크를 벗자 서로 얼굴을 보며 깔깔 웃는다.

입학하고 처음 보는 친구의 얼굴을 신기해하며 확인한다.

"야! 너 마기꾼이네."

"너도 마기꾼이거든!"

놀리면서 서로 웃음이 터진다.

비눗방울을 가지고 놀라고 줬지만 그냥 들고 막 뛰어다닌다. 비눗방울보다 입과 코로 바로 들어오는 공기가 더 신기하다.

"선생님, 숨이 잘 쉬어져요."

숨쉬기 편한 것이 이렇게 고마운 일인 줄 몰랐다.


친구와 얼굴을 맞대고 놀아보지 못한 아이들아.

오늘부터 밖에서 실컷 놀자.

날씨만 좋으면 무조건 야외수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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