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사 치기

by 사탕볼

꽤 오래전 사탕볼 어린이는 가방이 무거웠다. 납작하고 잘 세워지며 또 잘 쓰러지지 않는 이름 쓰인 내 돌을 지고 다녔기 때문이다. 언제 친구들과 비사 치기를 하게 될지 모르니 개인장비를 들고 다닌 것이다.

볼링장에서 하우스볼을 안 쓰고 내 볼링공을 꺼내는 기분이랄까.

비사치기 전문가가 세월이 흘러 교사가 되고 보니 책에 그 놀이를 가르치는 수업이 있다.

라떼는 이런 건 동네에서 언니들한테 배우고 왔어야 할 것들인데 요즘엔 교과서에 나온다.

비사 치기는 주변에서 돌을 주워다가 해야 하지만 요즘은 주변에 돌도 없고 위험하기도 해서 문방구에서 파는 비사치기 전용 나무도막을 쓴다.

돌로 비켜 치기 하다가 얼굴에라도 맞으면.....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다.

나무도막 한쪽 면에 있는 전통문양 밑그림에 색칠을 하고 다른 쪽 면에 이름을 쓴다.

개인장비 완성!


이제 체육관으로 이동해서 실전 경기를 해보자.

경기 전 먼저 경기 규칙 설명을 한다.

도둑발(발등 얹기), 오줌싸개(무릎 끼우기), 신문 배달(겨드랑이 끼우기), 배사장(배 위에 얹기), 떡장수(이마에 얹기).

아이들은 단계 이름을 듣고 깔깔 웃는다.

"선생님, 전 오줌싸개는 안 할래요. 그게 뭐예요?"

"신문 배달은 뭐예요?"

"옛날에는 신문을 새벽마다 집에 배달해 줬어."

"아니 신문이 뭐냐고요?"

아.... 신문을 모르는구나.

"옛날에 인터넷이 없을 때는 뉴스를 종이로 봤어."

"네??"

몇 년 전만 해도 신문을 모르는 아이는 없었다. 생각해 보니 종이 신문을 보는 집을 본 것이 이 아이들 태어나기 전이다.

볼선생이 각 단계 시범을 보인다. 미리 연습을 좀 할 걸 그랬나. 20년이 넘어도 수업 준비를 게을리하면 안 된다. 계속 실패다.

아.... 옛 실력은 어디로 갔는지 아이들에게 웃음만 주고 시범을 마친다.


드디어 비사 치기를 시작한다.

아까까지 선생님의 실력을 비웃던 아이들이 어렵다고 난리다.

그래 그게 어디 하루아침에 되는 건 줄 아니.

골목에서 매일매일 연습해야 되는 거지.

배움이 빠른 아이들이 도둑발, 오줌싸개, 신문 배달까지 대부분 통과를 한다.

배사장과 떡장수를 누가 통과할 것인가! 이제 더 이상 개인이 아닌 학급 전체의 목표가 된다.

"와~!!!"

"선생님! 하린이 떡장수 성공했어요!"

한 아이가 떡장수를 성공하자 학급 아이들이 난리다. 한 번 더 해보라고 주변에 모여들어 아이들 나름의 방식으로 축하한다.

"하린이 비사 치기 만렙이네."

"김하린 비사 치기 능력치가 상승하였습니다. 아이템 획득"

"어떻게 한 거야? 가르쳐 줘."

"그냥 떨어지는 거리를 생각해서 너무 가까이 가지 말고 하면 돼."

아이들은 남의 성공에도 자기 일처럼 기뻐한다.


학년초 아이들을 만나면 이런 이야기를 한다.

우린 같이 배우는 친구들이니 서로 틀리고 맞히는 것에 부끄러워하지도 잘난 척 하지도 말자. 지금 우리가 배우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알게 된다. 그러니 조금 먼저, 조금 늦게 알게 되는 것뿐이다.

빨리 알게 된 친구가 잘 모르는 친구를 가르쳐 주자. 커서도 내가 배운 것을 나누는 사람이 되자.

우리 학급 급훈은 '배워서 남 주자'이다.


하린이는 비사치기 비법을 친구에게 전수하느라 바쁘다.

오줌싸개 성공!


keyword
이전 11화엄마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