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잘못했다

by 사탕볼

볼선생에게도 신규 때가 있었지.

20년 전 1학년을 처음 맡았던 볼선생은 큰 잘못을 했다.


"여러분은 이제 학생이에요. 유치원 때랑은 달라져야 해요. 알겠죠?"

지도 아직 솜털이 보송보송한 신규 비스름한 선생이 1학년들에게 너희는 아기가 아니라 학생이라고 한다.

우리 반 아이들은 29명. 그래도 34~5명 되는 학년보다 형편이 낫다.

병설 유치원 졸업생, 사립 어린이집, 유치원 졸업생, 가정 어린이집 졸업생.

학급 아이들의 기관 경험이 다양하다. 이 때는 유치원, 어린이집 비용이 비싸고 국가 지원도 없었다.


"선생님 따라서 학교 구경하러 가요."

볼선생을 따라서 29명의 병아리 떼가 졸졸 따라온다. 그 때나 지금이나 입학 후 수업 첫날의 학교 구경이 아이들에게 제일 설레는 시간이다.

"여기는 다치거나 아플 때 오는 보건실이에요. 보건 선생님께 인사~."

아이들은 보건실 내부를 구경하느라 눈이 반짝반짝한다.

급식소, 교무실을 지나 교장실도 구경하고 마지막 화장실!

"여러분 집에 화장실은 의자처럼 앉아서 볼 일을 보지요? 학교에는 다르게 생긴 변기가 있어요. 이렇게 생긴 변기 본 적 있을 거예요. 본 적 있는 사람?"

"식당 가서 봤어요."

"휴게소에 가서 봤어요."

"그래. 사용해 본 사람도 있고 본 사람은 많네. 그래도 선생님이 한 번 어떻게 하는 건지 보여줄게요."

볼선생이 화장실 한 칸에 문을 열고 들어가고 문 바깥에 아이들이 선생님을 바라본다. 그 어느 때보다 집중하고 있다. 이렇게 보는 눈이 많은 가운데 화장실 안에 있는 일은 처음이다.

"자, 여기 양 발을 벌려서 가운데쯤 서야 해요. 너무 뒤에 서도 앞에 서도 안 돼요. 가운데에 서서 이렇게 쪼그리고 앉아 볼 일을 보는 거예요."

변기에 쪼그리고 있는 볼선생의 모습이 아주 리얼하다. 그 모습을 아이들이 유심히 관찰한다.

그래. 좋은 수업이야. 실제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지.

이렇게 학교 순례를 마치고 무사히 교실로 돌아온다.


교실로 돌아온 아이들은 자기 자리에 앉아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볼선생을 바라본다. 이제 학교생활의 시작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시간이 흘러 쉬는 시간.

"쉬는 시간에는 화장실에 다녀오고 다음 시간을 준비해야 해요. 화장실 어딘 줄 알지요? 모두 화장실 다녀오세요."


"선생님!! 선생님!! 화장실에서 누가 울어요!!"

무슨 일일까. 넘어져서 다쳤나. 싸웠나. 볼선생이 떨리는 마음으로 화장실로 간다. 아이들이 함께 화장실로 가려는 것을 진정시켜 교실에 앉히고 혼자 간다.

화장실 칸 안에서 여학생이 울고 있는 소리가 들린다.

"누구야? 왜 울어? 문 열어볼래? 선생님밖에 없어."

잠시 조용하다가 문이 열린다.

화장실 안에는 여학생 하나가 바지에 소변을 적신 채 울고 있다.

"괜찮아, 그럴 수 있어. 너무 급했구나."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볼선생을 본다. 왜???

"선생님이... 흑흑.... 하라는 대로... 흑흑.... 했는데.... 으앙~~!!"

그게 무슨 말이지? 내가 바지에 오줌을 싸라고 했다고?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정말 초난감이다. 화장실 사용법을 가르쳐 준 선생님이 변기에 쪼그리고 앉아서 이렇게 누면 된다고 설명을 했단다.

이렇게? 어떻게?

바지를 내리지 않고!?!?!?

아이는 순진하게도 학교 변기는 그렇게 하는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볼선생이 백 번 잘못했다.

"선생님이 지금은 여러분 앞이니까 바지를 안 내렸지만 진짜 화장실 사용할 때는 바지 내리고 팬티도 내리고 볼 일 보는 거예요. 알겠지요?"

이 설명을 했어야 한다.

사건을 들은 선배 선생님들이 배를 잡고 웃는다.

"볼선생 니가 많이 잘못했구마는. 바지 내루고 직접 누는 거를 비주야지."


아이들 앞에 시범을 보일 때마다 그날이 떠오른다.

내가 보여주는 이대로 아이들이 하면 되는 건가 다시 생각하며.

이제 학교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화변기


keyword
이전 09화직업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