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병

by 사탕볼

선생이 죽을 거 같을 때 방학을 하고 엄마가 죽을 거 같을 때 개학을 한다는 말이 있다. 애 볼래 밭 맬래 물으면 밭 맨다는 말은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아침에 첫 등교하는 아이부터 제출해야 하는 안내장을 확인하고 아픈 아이 문자가 오면 답을 하고 오는 길에 싸운 아이들 재판을 하고 1교시를 겨우 시작한다.

전쟁 같은 40분이 지나고 쉬는 시간이 되면 아이들은 쏜살같이 나간다.

목을 축이려고 물을 한 모금 마시려는데!

일러주기 1.

"선생님 누가 실내화 신고 바깥에 나갔어요."

"어. 신발 갈아 신으라고 할게."


물 한 모금하고 책을 찾는데!

일러주기 2.

"선생님, 누가 욕 썼어요."

"누가 나쁜 말을 했을까?"

"모르겠어요. 쩌~~기서 그냥 들렸어요."

"선생님이 쩌~~기 가서 하지 마라 할게."


수업 시작 2분 남았다. 책을 펴고 준비물 꺼내고 화장실을 가려는데!

일러주기 3.

"선생님, 누가 실잠자리 잡았어요. 풀어주라는데 계속 잡고 있어요."

"어. 풀어주라고 해."


화장실을 빠른 걸음으로 가서 겨우 문을 닫는데!

일러주기 4.

"선생님! 제가 선생님이 풀어주라 했다 그러는데도 안 풀어줘요! 선생님! 선생님!"

화장실 문을 사이에 두고 우리 이렇게 대화해야 할까...

똑! 똑!

쾅! 쾅!

문이 곧 부서질 듯하다.

"선생님 금방 나가. 잠깐만."


이 모든 일이 10분 안에 이루어진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1학년 교실은 특수 상대성이론을 증명하는 공간이다.

화장실만 편히 갈 수 있다면...

1학년 담임의 작은 소망.


오늘 방광염으로 항생제 5일 치를 받아왔다. 어째 이번 학기 그냥 지나가나 했다.


방학이 다가오긴 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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