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궂이

by 사탕볼

수업 시작부터 재우는 내가 말할 때마다 엉뚱한 소리로 수업을 끊고 있다.

"수학책 88쪽 펴세요."

"저 수학책 없어요."

"쉬는 시간에 미리 준비하라고 했지요."

"찾아봤는데 없어요."

"책상 서랍 안에 보세요."

"어! 있네."

안 찾아본 줄 알면서도 넘어간다.

"폈나요? 이번 시간...."

"선생님, 몇 쪽 펴요?"

"오늘 할 교과서 쪽수는 칠판에 늘 적어놓습니다. 88쪽 펴세요."

" 먹고 오고 싶어요."

"니 물통에 물 있네."

"아, 맞네."

"이번 시간에는 모으기와 가르기를 배울 거예요."

"나 할 줄 알아요."

이번엔 대꾸 안 한다.

"선생님이 나누어 준 자석이 몇 개인지 세어보세요."

주영이가 대답한다.

"9개요."

"어? 나는 8갠데? 선생님 왜 나만 8개 줘요?"

"다시 세보세요."

"일이삼사육칠팔구십~~ 10개예요."

오늘 니가 날을 잡았구나.

"여덟 개 아니고 열 개도 아니고 아홉 개 맞습니다."

"모두 자기 자석을 둘로 갈라 보세요. 한 개와 여덟 개, 두 개와 일곱 개, 세 개와 여섯 개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요?"

책상 위에 책이 산더미인 재우는 가르기 할 자리도 없다. 책상 위에 필요 없는 물건을 치우라고 했지만 여전히 내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

"선생님, 우리 형 도둑이에요. 저번 저번에 문방구에서 돈도 훔쳤어요."

"재우야,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할까?"

"진짜예요."

"거짓말 아니라도 지금은 그 이야기하지 말고 선생님이랑 나중에 둘이 하자. 수업해야지?"

겨우 진정시키고 모으기, 가르기를 계속해본다.

"선생님, 엄마 아빠가 이혼한대요. 둘이 도저히 안 맞아서 못 산대요. 그래서 엄마가 우리 키우고 아빠는 집에서 나간대요."


아.... 오늘 무슨 날이 맞긴 맞다...

이 말이 하고 싶어서 그렇게 선생님을 불렀네.

우리 재우. 불안했구나.

"재우야, 너 동민이랑 어제 싸웠지? 그런데 오늘 같이 또 놀았지? 어른들도 싸우고 또다시 친해지기도 하고 그래."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어제 부모님이 크게 싸우셨나 보다.

예전에 한 학생도 같은 말을 하고 문제 행동이 심해져서 어머님과 상담을 했다. 아이가 이런 말을 했다고 말씀드리니 눈물을 터뜨리셨다.

아이가 아는 줄 모르셨다고.

아이는 생각보다 똑똑하고 생각보다 오래 기억한다.


교실엔 그날그날 날궂이를 하는 아이가 있다. 날씨가 안 좋은 날 주로 찾아오는 일종의 신드롬이지만 날씨와 상관없이 그런 일도 많다.

그저 날궂이 하는 아이가 하루에 한 명이길 바랄 뿐이다. 그런데 희한하게 아이들이 누가 심한 날엔 눈치껏 정신을 차린다.


고맙게도^^



keyword
이전 07화우리의 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