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부른다

by 사탕볼

방학도 다가오고 날씨도 덥고 아이들이 공부하기 딱 싫을 때다.

방학까지 남은 출근일수를 D-98부터 카운트다운을 하고 있는 볼선생. (1학기 수업일수 98일)

선생도 아주 수업하고 싶지만은 않단다.


아침부터 땀을 팥죽같이 흘리고 씩씩거리며 교실로 들어오는 연우와 도하.

이미 수업은 시작되어 여름과 관련된 낱말로 초성퀴즈를 할 참이다.

"선생님이 칠판에 적는 초성을 보고 여름과 연관된 낱말을 맞춰보세요."

"선생님! 저 너무 더워서 땀나요!"

뜬금없는 외침에 대답하지 않고 칠판에 'ㄸ'을 쓴다.

"저 너무 덥다고요."

연우는 계속 수업 진행을 방해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낱말을 맞추려고 집중한 아이들은 도무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땀!"

연우 짝인 예승이가 맞춘다.

보통은 못 맞힌 아이들의 아쉬워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이번엔 다 같이 웃는다.

연우도 웃기는지 같이 웃는다.

"두 번째 초성 나갑니다."

칠판에 'ㅁㄴㅇ'를 쓴다.

"물놀이!"

"오! 너무 쉬웠나? 정답이 이렇게 빨리 나오다니. 다음 문제는 좀 어렵게 내야겠어."

자리에서 혼자 노래인지 혼잣말인지 모를 소리를 내던 도하가 진지하게 손을 든다.

"선생님, 끝에 이응 아니고 리을 아니에요?"

"물노리 아니고 물놀이예요."

글자를 칠판에 적어주고 한 번 손가락으로 써 보게 한다.

도하는 창피한지 괜히 옆 친구를 집적거린다.

"야! 넘어오지 마!"

"자. 마지막 문제 나갑니다. 기역, 미음, 지읒, 쌍기역."

이 문제는 한참 헤매다가 힌트를 '구명'이라고 주고 겨우 맞춘다.

"물놀이할 때 구명조끼를 반드시 입어야 하는 거 알죠?"

"우리 엄마는 안 사주는데요?"

연우야..... 쫌....

"입어야 되는데 대충 입어서는 안 돼요. 잘 입어야 우리 생명을 구할 수 있으니 지금부터 영상을 보며 구명조끼를 제대로 입는 법을 배워봅시다."

"자두 봐요! 자두 봐요!"

무시 전략을 쓰자.... 忍... 忍...忍

"구명조끼 없어도 되는데. 배영하면 되잖아요."

옛말도 틀리는 게 있다. 참을 인을 세 번 외면 만만한 선생이 된다.

무시 전략은 무슨! 개코다.

"오늘 도저히 안 되겠다. 연우랑 도하 엄마 부르자. 엄마 오시라 해야지 안 되겠다."

"안 돼요!"

둘이서 갑자기 바른 자세로 앉아서 약 30초간 말을 잘 듣는다.

엄마 협박을 2번 정도 쓰고 겨우 오전 수업을 마친 후 점심을 먹으러 간다.


옆자리에 앉아 밥을 먹는 모범어린이 지아가 볼선생에게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묻는다.

"선생님, 연우랑 도하 엄마는 왜 부르시는 거예요? 말 안 듣는데 왜 엄마를 불러요?"

"엄마가 와서 보시면 연우랑 도하가 아마 혼나겠지?"

그제사 이해가 된다는 표정이다.

자기는 학교에 엄마가 오면 너무 좋겠는데 말 안 듣는 아이의 엄마한테 오라고 전화를 한다니 이해가 안 되었던 모양이다. 벌을 줘야 하는데 상을 주다니! ㅎㅎㅎ

"그럼 선생님, 엄마들한테 연우랑 도하 혼나라고 부르시려고 한 거예요?"

"아니. 그냥 겁만 주려고 그런 거야."

급식소에서 둘이서 속닥속닥하다가 마주 보고 웃는다.

이럴 땐 내 친구 같다.


1학년 교실은 심심할 틈이 없다.



keyword
이전 10화선생님이 잘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