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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선생의 달콤한 교실 2
13화
편애하는 선생님
by
사탕볼
Jul 31. 2024
볼
선생의 교실에는 창가부터 교실 구석구석까지 화분이 많은 편이다.
평소 동물보다 식물을 좋아하는 볼선생.
우선 식물은 떠들지 않는다. 뛰지도 않는다.
아이들한테는 떠드는 게 정상, 뛰는 게 정상이라고 했지만 아이들 말고 다른 데서는 더 이상 소리와 움직임을 보고 싶지 않다.
아침에 학교에 출근하면 제일 먼저 화분을 살핀다.
선생이 화분을 정성껏 보살피면 아이들도 식물에 관심을 갖는다.
"선생님, 제 토마토 키가 이만해요."
이만하다고 표현하는 손을 보면 그럴 리가 없는데 싶지만
"우와~ 대단하네. 토마토 많이 열리겠다."
아이의 토마토 사랑을 칭찬해 준다.
교실 화분에 물을 주고 있으면 아이들이
볼선생에
게 와서 묻는다.
"이건 이름이 뭐예요?"
"야레카 야자. 공기정화기능이 엄청 좋은 식물이래."
"이건요?"
"그건 제라늄. 꽃은 계속 피는데 만지면 냄새가 안 좋아."
만지면 냄새가 별로라고 하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이들은 잎을 만져본다.
"윽! 이게 뭐예요! 똥냄새 같아요."
아이들에게 이상한 냄새는 다 똥냄새, 방구냄새다.
"선생님, 이 식물은 이름이 뭐예요?"
"음.... 잘 모르겠는데...."
그건 교무실에서 얻어와서 잘 모른단다.
어느 날 화분 근처에 세 명의 어린이가 모여서 이야기를 나눈다.
아이들이 식물에 관심을 가지면 그간 화분에 공들인 노력이 헛 일이 아니다 싶어 기분이 좋다.
식물에 대해 무슨 이야기하나 싶어 안 듣는 척하며 옆에서 들어본다.
"주현아, 이 잎은 색깔이 혼자 다르다. 그렇지?"
"그러네. 왜 그렇지? 혼자 반짝반짝해."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기들끼리 자연관찰탐구대회 준비를 하는 과학 새싹들.
아이들은 이파리 여럿 중에 혼자 반짝반짝 윤이 나고 색깔이 다른 한 잎을 이리저리 관찰한다.
"이 잎만 색깔이 연두색이야."
"맞아, 다른 건 진한데 혼자 색깔이 예뻐."
관찰 결과 1. 잎은 여러 개 있는데 한 잎만 예쁘다.
"밑에 잎은 색깔도 안 예쁜데 먼지가 많아. 연두색 잎은 젤 위에 있고 먼지도 없어."
"맞네. 혼자 깨끗해."
관찰 결과 2. 다른 잎은 먼지가 있지만 제일 위에 있는 잎은 먼지가 없다.
"아~ 알겠다."
뭘 알겠다는 거지? 저 관찰
결과로 어떤 결론이 나오는 걸까.
"선생님이 이 잎만 먼지를 닦았나 보네."
"선생님 너무해. 다른 잎들도 닦아주지."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결론. 관찰결과 1,2로 보아 선생님이 잎 하나만 예뻐한다.
선생님한테 아주 실망이 큰 아이들이 다른 잎들의 먼지를 손으로 살살 털어내 준다.
수업시간. 괜히 식물 이야기를 슬쩍 꺼내며 다른 화분을 가리킨다.
"얘들아, 식물도 조금씩 움직인다? 알아?"
"네. 천천히 움직이니까 모르지만 조금씩 움직여요."
음.... 이미 아는군.
"저기 여인초 봐. 뾰족한 잎이 나오려고 해. 저 잎이 언제 크게 펴질까?"
"CCTV 달아요."
생각지 못한 대답.
"새 잎이 나오면 반짝반짝 예쁜 연둣빛 잎이 나와요. 새 잎이 나오는지 관찰해 보세요."
애들 가고 나면 잎을 좀 닦아야겠다.
선생님은 편애하지 않아.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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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교실
화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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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애하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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